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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18 10:27 수정 : 2010.12.24 16:29

영화 '뜨거운 커피' 포스터.

[한겨레 독립영화관 17회]
옆 테이블의 매력적인 여자에게 말을 걸다
10분에 이뤄지는 그들만의 ‘소통’

[줄거리]모르는 두 사람이 한 카페에 앉아 있다. 노트북을 펼쳐놓고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여자, 그리고 여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남자. 남자는 조심스레 노트북을 화제 삼아 말을 걸고, 여자는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응한다. 차츰 서로 속마음을 향해 달려가는 대화. 두 사람은 10분의 짧은 시간 동안 서로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알게 되는데…. 

[제작·연출 의도] 어느 날 커피 집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어떤 여자가 앉아 예쁘장한 노트북을 펼쳐놓고 자신만의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문득 그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대신 어떤 가상의 남자가 그와 닮은 여자에게 말을 걸면서 시작하는 한편의 영화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한 공간에서만 벌어지고, 단 두 사람만 등장하는 단편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뜨거운 커피’ 최숭기 감독 인터뷰

영화 '뜨거운 커피' 화면 갈무리.
 -남자의 능글맞은 접근법이나 대사들로 보아서는 감독님을 작업의 고수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어떠신가요?

 “원래 고수들은 이런 작업 안 합니다. 실제로는 잘 못하니까 이렇게 저렇게 잔머리를 굴리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껏 제가 살아오는 동안 말을 걸 수도 있었을 수많은 여자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그 많은 아쉬움을 안으로 삭히다 보니 이런 영화가 나오게 되지 않았을까요?”

 -뭔가 하나하나에 서브텍스트가 포함된 것 같은, 조금은 난해할 수도 있는 대사들의 관람 포인트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

 “우선은 이 영화를 그냥 편하게 봐주시기를 바랍니다.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는 느낌이라면 그렇게 명확한 대로, 애매모호하게 느껴진다면 그냥 그런대로 지나가게 놔두셨으면 좋겠습니다. 말이라는 것은 원래 지나쳐가는 것이고 그 인상적인 단편들만이 기억에 남기 마련인데요, 타인의 말이 가진 뉘앙스가 저에게 강요될 수 없는 것처럼 저도 관객 여러분에게 제 말의 모든 뉘앙스를 놓치지 말아달라고 강요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다만 너무 답답하시거나, 좀 시간이 있으신 경우라면 영화를 한두 번 더 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일단은 영화 길이가 10분밖에 안 되니까요.”

 -여자의 작업과 남자의 작업은 어떤 연계성이 있나요?

 “영화에 나타나듯이 여자의 작업은 말 그대로 집필 혹은 창작의 작업입니다. 반면, 남자의 작업은 우리가 흔히 반 농담으로 말하는 연애의 작업이 되겠지요. 저는 우리말 ‘작업’이 갖는 이 다의성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둘 다 노력을 필요로 하는 고된 작업이므로 제게는 동등하게 중요한 작업이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어쨌든 극중 남자가 여자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둘 다 ‘작업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 밖에도 여자의 작업 안에는, 즉 그 여자가 쓰고 있는 소설 안에는 작업 중인 남녀의 상황이 나타납니다. 여자는 남자와의 대화나 상황에서 영감을 받아 그것을 자신의 작품 안에 반영하기도 하지요. 그러고 보면 남자의 작업은 여자의 작업에 영향을 주고, 여자의 작업은 남자에게 어떤 실마리를 제공하는 셈이 됩니다.

 -전후 설명이 없는 에피소드 형식의 영화에서 캐릭터 설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남자가 패배하기를 의도했지만, 동시에 우아하게 패배하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살아있는 배우들을 만나면서 이 영화에는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배어들었습니다. 배우들이 두 인물의 캐릭터에 자신들만의 색깔을 불어넣었던 것입니다.”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을 보면 가장 큰 이유로 대사를 뽑더군요. 대사의 집필과정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먼저 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축복이 있기를….(웃음) 저는 실생활에서 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말에 관심이 있습니다. 제가 쓰는 말은 대체로 저 자신에게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말이 나오지 않는 영화를 꿈꿔보기도 하고, 괜히 쓸데없는 말을 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임이나 술자리를 피하기도 합니다. 한동안 말을 줄이며 살다 보면 어느 순간 글이 쓰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그럴 때 대본을 쓰게 되면 제 머릿속의 인물들이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주기도 합니다. 저는 늘 간결하면서도 위트가 있는 말들을 꿈꾸지만, 대부분의 제 대사들은 그 꿈에서 조금씩, 혹은 꽤 많이 빗나가 있습니다.”

 글·영상 인사이드피플(www.insidepeople.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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