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학창시절 사랑했던 그녀. 하지만, 갑작스레 이별을 통보한다. 그리고 3년 뒤, 나에게 다짜고짜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이제 와서 갑자기 만나자고 하는 이유는 뭘까? 내가 만만하거나, 아주 심심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내가 그립거나….
■ 연출의도 기억에 집착하는 욕망을 과거와 현재를 비교함으로써 표현했습니다. 현실은 시간 순서로 흘러가고 과거 회상은 최근 일부터 첫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처음 고백했을 때의 두근거리는 심정을 나타내는 걸로 막을 내리기로 하고 시작했습니다. 근데 영화에선 뒤가 더 붙고 좀 서늘한 느낌이 들지만 오히려 사랑의 꿈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을 잘 드러냈다고 생각합니다.
‘내 머리 속’ 장현상 감독 인터뷰
독립영화 ‘내 머리 속’의 장현상 감독. 인사이드피플 제공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 방식이 상당히 독특한 것 같습니다. 어떤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이런 구성을 선택하신 거죠?
“구성을 생각하면서 전 한 음악을 되뇌고 있었습니다. 전혀 생뚱맞게도 ‘공각기동대’ 오에스티 중 하나입니다. 그 노래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걸 ‘리듬’이라고 하고, 감정의 흐름을 ‘멜로디’라고 하죠. 음악이 시작되고 과거 한 박자, 현재 한 박자를 쳐 가다가, 마지막 회상 장면에서 정점으로 쫙 올라갔다 내려오는 겁니다. 이런 구성이 옛 기억에 대한 아련함을 더 할 것 같았습니다.”
-두 배우의 자연스럽고 능글맞은 연기가 몰입을 도왔는데요. 감독님만의 연기지도 스타일, 혹은 가장 중점적으로 두는 부분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어요?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재미입니다. 저 혼자서도 킥킥대며 볼 수 있는 그런 연기를 원합니다. 물론 배우들도 제 취향에 동의하는 걸 전제로 하고요. 각자 동의하에 자유로운 연기를 합니다. 여배우는 나중엔 교복만 입어도 중학생 마냥 발랄하게 그네를 탔습니다. 전 그런 소녀다움을 좋아해요. 개인적으로 여배우가 ‘설레임 씬’을 잘 살려줘서 좋았습니다.”(웃음)
독립영화 ‘내 머리 속’ 갈무리 화면.
-이 여자는 왜 헤어진 남자에게 다시 만나자고 한 건가요? “외롭고 쓸쓸할 때 가끔 생각나고, 그럴 때마다 미안하고, 속 시원하게 사과하고 싶고, 지금의 자신도 좋아해 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좀 있고…. 그래서겠죠. 깊게 사귄 사이는 쉽게 멀어지지 않잖아요. 특히 사춘기 때라면 더욱….”
-헤어졌던 여자를 다시 만난 남자의 감정도 아리송합니다. 현재시점의 남자의 감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난 상처를 잊지 않았다고 회상하지만 사실 그런 원망은 다 누그러졌죠. 좋은 추억들도 많고, 좋아하는 마음도 여전히 남아 있고. 내가 만나자고 하는 건 좀 그렇지만, 그녀가 만나자고 하면 거절할 이유가 없죠. 옛날 일 때문에 거절하면 속좁아 보이잖아요. 그리고 솔직히 그녀가 왜 부를까 기대도 되겠죠.”
-남자가 좋은 추억으로만 간직하려고 한 것은 왜일까요? 여자가 예전과는 다르게 변했기 때문일까요?
“여자만 변한 건 아니죠. 세상도 변하고 남자도 변하고. 대충 남자의 감정을 풀어보자면 이렇죠. 남자는 그때의 애틋한 감정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겁니다. 쉽게 손댈 수 없고. 돌아갈 수도 없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갈 수도 있겠지만 내키지 않은 겁니다. 나중에는 그렇게 되더라도 오늘은 아니죠. 대신에 오늘은 예전에 그녀와 좋게 끝맺지 못한 이별을 마음속으로 마무리 지었을 겁니다. 난 널 정말 좋아했고, 너무 행복한 추억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영화에서처럼 기억과 현실의 감정의 차이에 대해 감독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추억 속에서는 현실이 과장되기 마련이죠. 그래서 감정이 단순해지죠. 슬프면 정말 슬픈 기억, 좋으면 정말 좋은 기억만 남죠. 근데 막상 현실은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죠. 좋으면서도 싫기도 하고, 불안하면서 편하기도 하고. 뭐 그런 복잡한 감정들이 현실에선 수시로 교차하는 것 같아요.”
영상·글 인사이드피플(insidepeople.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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