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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05 11:02 수정 : 2011.02.08 17:11

〈뒷모습〉 영화 갈무리

[독립영화관 47회] 뒷모습
남의 일상을 훔친 죄책감에 떳떳하진 않아도…

[줄거리] 한 남자가 강변을 거닐며 사람들 몰래 뒷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어느 연인의 뒷모습을 찍다 들킨 그는 ‘왜 찍느냐’는 질문에 “그냥 보기 좋아 찍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뒤 어딘가에선 그런 그의 뒷모습을 사진에 담는 여자가 있다.

[기획의도] 사진을 찍으러 다니다 사람들의 뒷모습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쩌면 뒷모습이 더 진실에 가까울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뒷모습으로 거짓말하기’는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얼굴의 반대편에서 소리없이 한 인물을 표현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등과 어깨들, 그 담담한 아름다움에 나도 담담히 찬사를 보내고 싶었다.

언제나 어디서나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나에게 누군가의 뒷모습은 유혹으로 다가온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나만의 뒷모습 앨범을 만든다면 잘못일까? 단지 내가 그것들을 통해 위로받고 편안해 진다면? 모르긴 해도 이런 사소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세상엔 꽤 많지 않을까? 그렇다면 누군가는 카메라에 내 뒷모습을 담을 수도 있겠지? 나도 화가 날까? 우린 서로에게 뭐라 말할까? 이 질문들에 가능한 대답을 바라며 이 영화를 만들었다.

■ ‘뒷모습’ 최숭기 감독 인터뷰

최숭기 감독
-영화 속에 나온 카메라에는 실제로 많은 사람의 뒷모습이 담겨 있던데?

“영화에 나오는 수많은 뒷모습은 저와 촬영감독이 찍은 것들입니다. 영화 촬영 전에 한강변에서 사람들의 뒷모습을 담았고, 현장에서 좀 더 찍었습니다.”

-주인공처럼 뒷모습을 찍다 들키거나 마찰이 있었던 적은?

“저는 겁이 좀 많은 편이라 뒷모습을 찍더라도 최대한 멀리서 찍기 때문에 들킨 적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원경 사진을 좋아하는데, 그렇게 멀리서 찍다 보면 지나가거나 앉아있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자연스럽게 포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모습과 뒷모습? 표현과 해석?

“우리는 보통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그의 정체성이나 감정 상태를 파악합니다. 하지만 똑같은 사람을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우리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앞모습이든 뒷모습이든 결국 어떤 진술을 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해석은 온전히 보는 이의 몫입니다. 다만 뒷모습은 보는 이에게 더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겨주는 것 같습니다. 뒷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외모나 표정과 같은 관습적인 기호들을 배제한 채 하나의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화려하고 멋진 외모보다는 비교적 평범하고 사실적인 배우들이 등장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대부분의 영화에는 준수한 외모의 남녀가 등장하는데, 저는 그런 사람들을 거의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제 주변에서 보는 사람들의 외모는 평범하거나 좀 못생긴 편이 많다고 해야겠지요. 그래서 저는 제 영화에 되도록 주변에서 보는 사람들과 비슷한 사람들을 등장시키고자 합니다. 그렇게 평범한 외모의 사람들을 영화에서 보는 것이 저의 소박한 기쁨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단편영화의 매력은?

“우선 영화를 보기 전에 화장실을 다녀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좋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매력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어떤 소재들은 짧게 다루어야 제 맛을 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저는 잔잔한 일상에서 소재를 끌어올 때가 많은데, 이런 것들을 장편영화적 서사로 풀어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게 풀다가는 일상의 어떤 순간적 느낌이 퇴색하고 서사의 요구에 부응하는 굵직한 사건들이 전면에 나서게 됩니다. 결국 제가 의도했던 영화가 아닌 다른 영화를 만드는 결과를 낳고 맙니다. 제 생각에 모든 영화에는 그에 맞는 길이가 있습니다. 짧은 영화들과 긴 영화들이 평등하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서, 더 많은 단편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글·영상 인사이드피플(insidepeople.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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