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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핸드볼 선수 11명이 2009년 12월26일 유럽 정복에 나섰다. 오른쪽 끝이 강재원 감독, 왼쪽 끝에서 두 번째가 시미즈 히로유키 코치(일본 다이도스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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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 이야기 속으로 ⑥
고경수, 도미타 쿄스케, 이성규, 정진호, 마츠나가 신지, 김상우…. 2009년 12월26일 인천 국제공항. 한국과 일본 핸드볼 선수들이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모였다. 유럽 정복에 나선 한·일 연합군이다. 당시 스위스에서 활약하던 한경태와 이준희는 현지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88서울올림픽 남자핸드볼 은메달의 주역으로 스위스리그에서 14년 동안 활약했던 강재원씨가 만든 ‘K 스포츠’라는 한·일 연합팀이다. 강씨가 감독을, 시미즈 히로유키 일본 다이도스틸 감독이 코치를 맡았다. 선수들은 강 감독과 시미즈 코치가 여건이 허락하는 이들을 불러모았다. 두 나라 선수들은 서로 서먹해 했다. 도미타는 국내 실업팀 웰컴론 코로사에서 뛴 적이 있어 그나마 한국 선수들과 낯이 익었다. 하지만 워낙 내성적이라 말이 없었다.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한·일 두 나라에서 국가대표와 청소년대표를 지내며 서로 적으로 만난 사이들이다. 고경수는 “일본 선수들과 언제나 적으로 만나다가 같은 팀에서 뛰게 되니 기분이 묘하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 날이면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 코트를 누벼야 하는 같은 팀 동료들이다. 한·일 연합팀이 참가한 대회는 2009년 12월28일(한국시각)부터 사흘간 네덜란드 림뷔르흐에서 열린 국제클럽핸드볼대회다. 20년 역사의 이 대회에는 개최국 네덜란드를 비롯해 포르투갈, 크로아티아,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 모두 8개 핸드볼 클럽팀이 참가했다. 대부분 유럽 명문 클럽팀이다. 유럽 일색의 참가팀 가운데 한국 선수 6명과 일본 선수 5명으로 이뤄진 아시아팀이 초청받은 것이다. 강재원 감독은 “동아시아의 빠른 핸드볼을 보기 위해 우리를 초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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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연합팀 선수들이 2009년 12월28일부터 사흘간 네덜란드 림뷔르흐에서 열린 국제클럽핸드볼대회에 참가해 열띤 경기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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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원 감독이 하프타임 때 선수 대기실에서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강 감독, 고경수, 김상우, 이준희, 도미타 코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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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원 연합팀 감독은 경기 전 포르체 클럽팀 감독한테 이렇게 말했다. “제가 이 경기에서 잠깐 선수로 뛸 것입니다.” 당시 강 감독의 나이는 마흔여섯이었다. 상대팀 감독은 농담으로 들었는지 크게 웃으며 흔쾌히 동의했다. 그런데 정말 강 감독이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나섰고, 상대팀 감독의 얼굴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굳어져갔다. 관중들은 마흔여섯살의 감독이 코트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즐거워 했다. 관중들은 스위스에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한 강 감독을 익히 알고 있는 듯 했다. 스위스에서는 한때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강재원은 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강 감독은 유명세를 탔다. 게다가 이날 아침 현지 일간신문 <데 림뷔르흐>에는 강 감독과 옛 소련 출신 알렉산더 리마노프 감독(네덜란드 보스 인베스트먼트·라이온스)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두 사람은 한국과 옛 소련의 에이스로 88서울올림픽 결승전에서 맞붙었는데, 21년 만에 네덜란드에서 재회한 것이다. 신문에는 두 감독이 포옹하는 사진과 함께 두 사람의 인연이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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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마흔여섯 나이에 선수로 출전해 코트를 누빈 강재원 감독이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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