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남녀탐구생활…성문제도 마찬가지

결혼은 남녀탐구생활…성문제도 마찬가지.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매거진 esc] 닥터 소의 심심 클리닉
신혼 한달째인데 ‘야동’ 보는 남편 한심해요

Q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는 결혼 1개월차 29살 여자입니다. 2년 반 정도의 연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됐고 서로 일이 달라 주말부부를 하고 있습니다. 신랑이 연애시절에도 ‘야동’을 보는 걸 몇 번 알게 되었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불안했습니다. 결혼 뒤 신랑이 야동 보는 것을 알고 좋게 타일렀습니다. 하지만 그다음주에도 그다음주에도 신랑은 계속 야동을 보더라고요. 참다 참다 폭발해 오늘 신랑이 들어올 때 제가 쓴 편지를 모니터에 띄워놓고 전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다른 남자들이 다 본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다고, 다른 남자들이 다 보면 그 모든 남자들의 아내·여자친구들은 다 나랑 똑같은 생각이 들 거라고. 열패감도 느껴질 거라고. 자존심도 상하고 분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무섭습니다. 자꾸 습관적으로 보게 되면 점점 더 무뎌지고 반사회적인 일도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게 될까봐서요. 게임중독처럼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A 후후. 야동 보는 남편분이 얼마나 죄악스럽게 보이셨으면 반사회적인 사람이 되시는 걱정까지 하셨을까요. 아내분께서 야동에 대해 가지고 계신 거부감이 이렇게 크신 반면, 남편분은 오랫동안 익숙해진 취미활동(?)이시라 그런지 너무 거리낌이 없으신 게 문제군요. 근데, 남편분! 지금 한창 신혼 시절인데 어쩌다 한번 정도가 아니라 매주 아내에게 걸리시다니…. 설마 아예 대놓고 보고 계신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이건 야동에 대한 몰두를 걱정하기 전에 부부관계에 대한 기본 예의부터 생각해보셔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아내분께서 ‘열패감’이란 단어를 쓰고 계신 건 야동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있겠지만 아내로서 받아야 될 ‘존중’에도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일 테니까요. 남편분이 성적인 만족감을 위해 따로 뭔가가 더 필요하다는 게 아내에게 어떤 느낌일지 먼저 생각해보신다면 ‘요새 세상에 야동 좀 보는 게 어때서? 나만 보나, 다른 남자들도 다 본다’고만 할 일이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결혼 1개월차 신혼인데 주말부부 생활 중이시라면 지금 딴 데(?) 구경하고 계실 때가 아니잖습니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우선 기본적으로 남녀가 성에 대해 다른 시각과 경험을 지닐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 사연의 경우, 성장 과정에서 남편분이 아내분보다는 성적 호기심과 자극 추구 면에서 관심과 경험이 더 많았을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어느 청소년기 시절에 남편분은 호기심과 설렘으로 야동을 접했을 것이고 충격은 있었겠지만 곧 주변 남자친구들과의 교감(?)을 통해 이런 호기심 어린 행동이 ‘너나 할 것 없는 것이로구나!’ 느끼며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을 테지요. 이런 정도의 과정들은 의학적으로도 성적인 이상행동이라 보긴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야동의 내용이 성도착적이고 심지어 성범죄를 다루는 등 그 자체가 사회규범과 정신건강의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겠죠. 또한 뭐든지 과한 것은 균형을 깨기 마련인지라, 야동과 같이 시각적인 성적 자극을 통한 만족에만 지나치게 몰두하다 보면, 건강한 경험의 기회가 부족해지거나 욕구 조절에 필요한 절제의 힘을 키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남편분이 스스로도 자신이 지나치다고 생각은 하지만, 자꾸 보고 싶고 참기가 어려워 결국 아내와의 관계 문제로까지 이어진다면, 지나친 몰두나 혹시 그 이상의 문제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남편분께서 위의 사항에 해당되지 않으시고 대부분의 남성들처럼 일반적인(?) 내용의 야동을 총각 때처럼 별생각 없이 보는 정도라면 병적인 문제로까지 걱정하시기보단, 어느 정도 ‘하여튼, 남자들이란… 쯧쯧쯧’의 범위로 받아들이셔도 될 듯합니다. 중요한 것은, 남편분도 아내분이 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성장했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셔야 한다는 것인데요. 아내분의 경우, 실제 야동을 접할 기회도 적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그런 식의 시각적 자극을 선호하지 않거나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에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또한 많은 여성분들이 성에서 감각적인 자극 못지않게 정서적인 교감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닥터 소의 심심클리닉

많은 부부들이 결혼 전에 서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상 결혼을 앞두고는 ‘결혼생활’을 준비한다기보다 대부분 ‘결혼식’ 준비에 치중해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실제 결혼하고 생활이 시작되어서야 서로 모르는 부분들과 다른 부분들에서 부딪치게 되는데요. 성에 관련된 문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니 우선 남녀이기에 다를 수도 있고 또 개인적인 취향도 제각각일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 내가 생각한 방식을 일반적인 기준에만 맞춰 상대에게 고집할 게 아니라, 사랑하는 이의 기준에 맞춰 이해하고 조율해보려는 노력이, 이번 문제에서도 가장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입니다.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