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3.31 11:02 수정 : 2011.03.31 11:02

‘아빠 닮은꼴’ 기준, 나이일 필요 있나?

[매거진 esc] 닥터 소의 심심 클리닉
끌리는 건 중년남성뿐, 차라리 취향이라면…

Q 27살 여성입니다. 저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권위있는 중년 남성들만 남자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나이는 4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 품성은 온화하고 인자하며 지적이고 품위와 교양이 있는 남성들만이(성직자, 교수, 작가 등) 저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제 또래 젊은층은 남자로 보이지 않습니다. 예전엔 그냥 제 이성상이 독특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심리학 책을 읽다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저는 일곱 자매 중 넷째이고 8살 때까지는 아버지와 함께 살지 못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도 친밀한 관계는 갖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제게 엄격하거나 불친절한 것은 아닙니다. 그냥 무뚝뚝하신 옛날 아버지 스타일이세요. 저는 유아기에 받지 못했던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며 자라지 못한 내면의 어린 저를 사랑해줄 아버지를 찾고 있는 것일까요? 단순히 취향이 독특한 것일까요?

A 좋아하게 된 사람이 하필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게 걱정이 아니라, 상대의 나이가 많아야만 좋아진다는 점과 그러한 선호 패턴이 반복되니 문제라는 것이죠? 그래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관련된 것인지 고민하고 계시는 거고요. 일단, 뭐 그렇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남성과 여성 모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관련된 애정 대상에 대한 선호는 있으니까요. 말씀하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논란의 여지가 있음에도 정신발달의 중요한 시기에 대한 의미있는 설명을 제공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요. 그러나 정신발달 과정을 파악할 때 이밖에도 다양한 대상관계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란 이론을 기원이 된 신화 내용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것입니다.

주인공의 경우에도 이성에 대한 선호도가 이와 관련되었다고 직접 대입해서 생각해 보기 쉽겠지만, 실상은 더 복잡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어린 시절에 어떠한 중요한 사건들이 다양하게 영향을 끼쳤을지도 같이 이해해봐야 할 필요가 있겠지요. 더 어린 시절 근본적인 갈등이 있었을 수도 있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어머니와의 관계가 어땠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머니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한계가 있긴 하지만, 몇 가지 중요해 보이는 정보는 보이는데요. 바로, 일곱 자매 중 넷째라는 위치와 8살이 되어서야 아버지가 등장하신다는 점 등입니다. 통상적으로 만 2~6살 시기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중요한 시기로 보는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아마도 이 시기에 주인공은 어머니로부터의 사랑을 독점하기 위한 나머지 여섯 자매들과의 경쟁이 주된 과제였을 것 같습니다.

이 전쟁이 어떻게 흘러갔을지는 모르겠으나-오이디푸스적인 애정 대상으로 다른 분이 안 계셨다면-한참 뒤에나 등장한 아버지와의 관계는 이론과는 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충족되지 않은 애정 욕구의 대상으로 아버지가 늦게라도 그 자리를 차지하셨을 것이라고 보이는데, 이 역시 아버지의 무뚝뚝한 반응 탓에 제대로 충족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오이디푸스 시기에 내 마음속 무서운 도덕선생님-초자아-의 매서운 꾸짖음으로 제대로 포기해야 하는 과정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후의 성장기 동안 비교적 자유롭게 이러한 소망이 잠재되었을 수도 있고요. 선호하는 남자들의 나이대도 오이디푸스 시기의 아버지의 나이보다 더 많다는 점도 이렇게 보면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든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가 정상적인 오이디푸스 시기를 겪은 많은 여성들에게서도 배우자 선택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꽤 타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나이까지 맞추기보단 그 이미지가 닮은 경우 정도이겠지요. 이러한 선호가 문제랄 건 없겠지만, 소망 포기가 다소 약했던 탓인지 좀더 구체적이게도 나이까지 그 닮은꼴에 중요한 요소로 포함해버린 건 아닌가 싶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충족되지 못했던 애정 욕구들, 즉 좌절의 경험이 있어서 나에게 온전한 사랑을 줄 배우자로서의 남자 선택을 무의식적으로 피하고 있는지도 모르고요. 그렇다면 ‘아빠 닮은꼴’에서 중요한 합격 기준이 꼭 나이여야 할까요? 현실에서 충분한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성숙한 애정 대상은 나의 아버지를 닮아서, 위에 말씀하신 ‘품성은 온화하고 인자하며 지적이고 품위와 교양이 있는 남성’-이런 사람 만나기도 쉽진 않지만-이라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굳이 나이까지 맞는 이른바 싱크로율 100%가 돼야 하는 것은 아니란 거죠. 나이가 들어도 철없고 애 같은 내면을 가진 남성에게 역시 매력을 못 느끼실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면, 나이보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의 이미지나 내면의 싱크로율이란 생각이 듭니다. 자, 이제 그 이미지가 비슷하고 내면이 성숙한 남자라면 비슷한 연배더라도 좀더 적극적인 만남을 시도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만약 그와의 만남이 잘 진행이 되는데도 나이가 어려서 뭔가 2% 부족한 느낌이 든다면 좀 기다리십시오. 그 멋진 남자는 곧 나이마저 중후해질 테니까요.


닥터 소의 심심 클리닉
좀 다른 얘기를 해볼까요. 서두에 얘기했듯이 나이가 뭐 대수겠습니까? 나이 든 사람과 사랑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남자들 중에는 자신보다 20살 이상이나 어린 여자에게만 성적 매력을 느끼는 남자들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십시오. 이런 사람들이 가지는 롤리타 콤플렉스는 감당이 되시겠습니까?

정신과전문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닥터 소의 심심클리닉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