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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기복 심한데 아픈 마음 나눌 남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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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닥터 소의 심심 클리닉
Q 조울증을 앓고 있는 여성입니다. 그럭저럭 살 수 있을 정도로 조절은 되고 있어요. 그러나 남들보다 기분 변동이 심한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감정을 컨트롤하려고 노력하지만, 가끔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심하게 날카로워지다가 우울해져요. 제가 생각해도 감정 컨트롤이 안 될 때는 옆의 사람들이 견디기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우울해지면 주위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으려 하는데, 그것 자체도 너무 힘드네요. 너무 우울할 때 슬픔을 나눌 누군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포기가 안 돼요. 제가 너무너무 견디기 힘들지만, 그래도 혼자 견디는 방법을 익혀야 할까요? 아니면 제 맘을 자기 맘같이 알고 그걸 받아줄 만큼 여유 있는 사람, 남자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도 되는 걸까요? 포기해야 할 거라면 어서 포기하고 싶어요. A ‘반쪽’ 찾기는 가까운 만남에서부터 간혹 어느 정도의 자연스러운 기분 변화 폭이나 감정 기복을 조울증이라고 표현하시기도 하고, 우울증의 경과 중 우울 기분과 회복 기분의 변화 폭을 조울증으로 생각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각각의 경우 대처가 다르겠지만, 주인공의 경우는 글의 내용 중 ‘그럭저럭 살 수 있을 정도로 조절되고 있다’고 하신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의학적 진단을 통해 이해하게 된 조울증을 겪어내고 계신 것으로 짐작하고 얘기를 드리겠습니다. 현재 본격적인 우울증 기간이나 조증 기간이라면(이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현재 치료를 담당하고 계실 주치의와의 상의가 매우 중요합니다) 잘 알고 계시다시피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의학적인 치료일 것입니다. 그 기간에는 뒤에 다시 되찾을 나의 능력과 가능성을 믿고 치료에 전념하면서 평상시 기분 변화 폭과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본격적인 치료 기간을 잘 넘긴 뒤에도 한동안은 남은 기분 증상들 때문에 괴로운 시기를 보내게 되는데, 이때 자신의 평균보다 조금은 상승된 기분이 남아 있길 소망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기분 상태 역시 이자가 비싼 대출같이 불안정한 것이기 때문에 곧 더 심한 기분 변화 폭을 경험하게 되기 쉽습니다. 결국 평균적인 나의 기분을 찾았을 때의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못해서 내 성격적인 특징, 환경적인 어려움, 관련된 스트레스 등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평균보다 조금은 낮은 기분 상태에서 지내는 경우도 많아서 주인공의 경우처럼 감정 컨트롤의 어려움을 느낀다든지, 우울해지거나 날카로워지는 등의 어려움을 가지고 삶을 헤쳐나가게 되지요. 그러나 이때 중요한 것은 현재 내 상태가 본격적인 증상 시기가 아니라면,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을 포함한 모든 기능들이 남들보다 못하다고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남들과 마찬가지로 부족함과 불만스러운 점을 가지고 있을 수는 있지만, 우울증이나 조증 시기에 바라보던 자신의 모습처럼 현재 내 모습이 최악이거나 최상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간혹 찾아오는 가벼운 우울한 기분에서는 이렇게 부정적이거나 지나친 자기 평가를 근거로 자신이 남에게 큰 피해를 주거나 받을 수 있다는 과도한 걱정을 하게 되곤 합니다. 그래서 더 혼자 해결하려 하거나 견뎌내려 하고 이로 인해 오랫동안 주변과의 교류가 단절될 수도 있고 그 바람에 문제는 더 심각해지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슬픔을 나눌 누군가를 바라는 것은 주인공께 오히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런 상대를 만난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란 것이고, 조울증을 겪으면서 느꼈던 강렬한 외로움과 슬픔을 단번에 해소해주길 기대하다 보면 그만큼 관계에서도 상처 받고 예민해지기 쉬워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기대를 낮추고, 만남 자체를 서서히 나의 편안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 맘을 자기 맘같이 알고 그걸 받아줄 만큼 여유 있는 사람’이란 표현에서 주인공께서 얼마나 절실해하고 계신지 충분히 느껴지지만, 어려운 숙제이니만큼 자신에게 서둘러 풀어내기를 요구하는 것은 또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오히려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나누는 일상적인 일들이 더 어렵게 생각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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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소의 심심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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