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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격 정말 안 좋은가?’ 되물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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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닥터 소의 심심 클리닉
Q 내성적 성격 괴로워요…직장 잃고 친구도 없고 29살 여성입니다. 내성적인 성격에 손도 느리고 일도 잘 못하는 편이고…. 어쩌면 ‘사회 부적응자’라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친구가 없습니다. 저는 말은 없지만 남 얘기 잘 들어주고, 순진한 편이라 잘 속기도 하고, 부탁도 잘 들어주고, 되도록 사람의 좋은 면만 보려고 노력해요. 그러다 보니 저를 좋아하기보다는 이용하거나 멀리서 비웃는(?) 사람이 더 많은 거 같아요. 사람들은 밝고 명랑하고 애교도 잘 부리고 자기 것 잘 챙기는 ‘여우 같은 사람’을 좋아하나 봅니다. 잘 웃지 않고 싹싹하지 못한 건 제 잘못이지만 꼭 여우 같아야 사람을 사귈 수 있나요? 직장에서도 잘렸어요. 내성적이고 말도 잘 안 하니 저는 안 되겠다 싶었겠죠. 진작 그런 성격을 못 고친 건 제 잘못이지만요. 노력한다고 쉽게 바뀌는 것도 아니고요. 꼭 성격이 바뀌어야 하나 싶기도 해요. 차분한 것도 나름 매력이 있는 게 아닌가. 아, 아니면 그런 매력도 없는 건가 싶은…. 예전 남자친구도 결국은 밝고 명랑한 사람 좋아하면서 저랑 왜 사귀었는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정말 스트레스가 심해요. 매일 밤마다 울면서 잘 정도로요. 좋은 변화를 위한 과정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아니면 굳이 안 맞는 걸 억지로 하려다 보니 심적 부담을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A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내성적인 성격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시는 듯합니다. 외향적이고 잇속에 밝으며 재빠른 ‘여우’(?)들 때문에 상처받은 경험도 있으셨을 테고, 그러면서도 자신에겐 부족한 그들의 특징들을 부러워하며 속상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말씀대로 성격을 다른 유형으로 바꾸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어떤 성격 유형은 다 좋고 어떤 유형은 다 나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자신의 성격적 특성이 어울리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자신의 성격이 장점으로 발휘되는 순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단점으로 작용하는 순간에만 더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자기계발의 측면에서는 좋은 태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향적인 분들은 외향적인 분들에 견줘 자기 잘못이나 단점에 대해 더 엄격한 편이어서 주인공의 경우처럼 다소 지나친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우선 주인공께서 사용하신 표현들을 다시 한번 찬찬히 보세요. 대부분 어둡고 부정적입니다. 세상은 날 조롱하고 있고 자기 자신은 형편없이 못났다고 이미 정해놓으신 듯해요. 문제는 이 경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심해지면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데 가장 중요한 힘의 원천을 쇠하게 할 수도 있는데요. 바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아껴주는 마음입니다. 변화를 하기로 하든 그냥 생긴 대로 살기로 하든 자기 자신을 나무라기만 하고 아껴주지 않는 한 문제는 잘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내 성격, 정말 안 좋은 걸까요? 주인공께서는 ‘여우’들의 밝은 면을 부러워하시지만, 차분하고 조용한 사람이라고 마음이 밝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이미 마음이 밝다면 성격이 외향적이냐 내성적이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언뜻 외향적이고 활달한 사람의 표현방식은 재밌고 신나 보이지만, 발랄한 사람들로부터 받는 즐거움 못지않게 우리에겐 차분하고 신중한 사람들에게 받는 편안함이 더 절실할 때도 있습니다. 주인공께서 ‘친구들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부탁도 잘 들어주는’ 면은 이런 의미에서 사람들에게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어두울 때는 사정이 다릅니다. 오히려 자신이 ‘자기 말을 안 하는 답답한 사람, 남 부탁 거절 못 하고 이용당하는 사람’처럼 여겨질까 걱정하면서 말과 표정에서 결국 그 어두운 마음을 내비치기 시작합니다. 불행히도 실제 주변 사람의 평가는 이때부터 차가워져 버릴 수도 있지요. 또한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불편하게 느껴질수록 ‘여우’들의 활약은 더 내 눈에 띄게 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의 방식이 더 절실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마음은 어두운 상태 그대로인데, 겉만 외향적인 사람의 밝은 방식을 따라가려 하다 보면, 몸살이 나 아픈 몸으로 평소에 즐기지 않는 기름진 음식을 먹은 것처럼 속탈이 나기 쉽습니다. 주인공께서 ‘굳이 안 맞는 걸 억지로 하려다 보니 심적 부담을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어요’라고 하신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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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소의 심심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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