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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05 10:16 수정 : 2011.05.05 14:48

결혼 만족스러운데 옛 ‘남친’이 꿈에 나와요

[매거진 esc] 닥터소의 심심 클리닉

Q 서른살 여성입니다. 오랫동안 친했던 오빠와 3년 전 결혼했고 아이도 있습니다. 남편에게 전혀 불만도 없고, 결혼생활이 만족스럽습니다. 아이도 너무 행복하게 잘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꿈에 예전 남자친구가 나오네요. 남편과 만나기 전 사귀었던 가장 최근 남자친구가요. 임신했을 무렵부터였을까, 아니면 그 전이었나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꽤나 지속적입니다. 요즘도 그래요. 어떨 때는 그냥 연인으로 나오고, 어떨 때는 꽤나 수위가 높은(?) 성인물 수준입니다. 야한 꿈은 잘 꿔보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야한 꿈도 꾸게 되고 주인공은 전 남자친구입니다.

신기한 건 저는 그 친구를 생각하거나 그리워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그 친구가 포함된 아가씨 시절을 그리워하지도 않거든요. 다시 시간을 되돌려 만나도 사귈 것 같지도 않아요. 저도 모르게 욕구불만이 있는 건지, 전 남자친구가 내가 이룰 수 없는 금지된 욕망 같은 것을 상징하는 것인지. 그런 꿈을 꾸고 나면 남편에게 죄책감이 듭니다. 왜 이런 걸까요.

A 지금 행복의 ‘심리적 사용료’ 아닐지…

꿈은 다양한 접근과 학문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딱 그렇다고 주장할 수 있거나 이게 정답이다라고 하기 힘든, 그러니까 꽤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수면생리학에서 얘기한 급속안구운동(REM) 수면주기에 일어나는 이 꿈이란 현상은 심리학, 특히 정신분석학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다루기도 하는데,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설명합니다.

즉, 첫째는 자명종 소리, 목마름, 추위, 소변 보고 싶은 긴장감과 같은 수면중 발생한 감각기관의 신호들과 연관된 내용이며, 둘째는 최근 생활에서 일어나는 활동이나 집착에 연관된 내용, 셋째는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인 충동들과 연관된 내용들을 말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주인공의 꿈은 일상생활의 당면한 관심사와 관련된 것이거나 무의식적인 충동들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있겠는데요. 우리가 꿈에서 얻을 수 있는 의의 중 하나는 바로 이 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통해 현재 나의 심리상태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주인공의 경우 꿈의 내용이 주인공을 불안하게 하고 죄책감이 들게 한다는 것으로부터 내 마음의 한구석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주인공께서는 현재 행복한 결혼생활 중으로 현실적인 걱정거리는 특별히 없으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 불안은 적어도 밖으로 드러난 상태의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간혹 우리는 너무 행복하고 아무 문제가 없을 때 뭔가가 꺼림칙하다는 느낌을 갖거나 뭔가 도사리고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현재 얻은 만족과 행복의 한편에서 이 행복이 가지는 의미와 관련된 어떤 갈등의 요소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꿈의 두번째 구성요소의 측면에서는 현실적으로 이 만족할 만한 결혼생활 전에 겪었던 만남들이 의식 바로 밑에서 죄책감을 일으키고 있을 수도 있겠고, 꿈의 세번째 구성요소의 측면에서는 과거 심리발달의 중요 시기의 사건들이나 억제되었던 원초적인 소망과 욕구들이 연관될 수도 있겠지요.

가령 결혼과 출산을 거치면서 건강한 해소의 국면을 맞고 있는 오이디푸스적인 소망이 소망 만족을 꺼리는 자아와 갈등을 겪으면서 긴장감을 만들고 그것이 꿈을 만드는 에너지가 될 수도 있었을까… 하는 가정도 해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꿈에 대한 이론에서는 잠재된 소망이 꿈의 내용으로 출현하게 될 때 자아에 의해 많은 위장과 왜곡을 거치게 되므로 대부분 꿈의 의미를 알기 어렵다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불쾌함을 일으킬 수 있는 이런 잠재된 소망 만족이 큰 감정적인 동요 없이 꿈속에서 일부 해소가 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위장과 왜곡의 과정이 주인공의 꿈에서도 진행되었다면 출현한 전 남자친구도 다른 대상, 즉 잠재된 어릴 적 소망의 대상이 위장한 모습일 수도 있겠지요. 또한 행복한 결혼생활 중 그 기세가 약화되어 가는 소망은 그만큼 꿈속에서 자아의 위장과 왜곡의 작업도 덜 받게 되면서 현실에서 눈치를 챌 만한 다소 직접적인 내용으로 나타나게 되고, 그 바람에 깨고 나서 이에 대한 불안을 느끼게 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앞서 얘기드린 대로 주인공의 살아온 세월의 정보나 직접 연상을 통한 탐색이 없으므로 이런 이야기는 주인공의 경우 그냥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본 한 가정일 뿐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필요에 따라 전문가와 이런 탐색의 과정을 가져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닥터소의 심심 클리닉
어찌되었건 중요한 것은 꿈에서 느낀 것이 현실적인 불안이든 잠재돼 있던 소망과 관련된 불안이든 이것이 현재의 건강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부정하려 하거나 저지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현실적인 만족과 행복에 대해 치르는 가벼운 심리적 사용료 정도로 보는 게 더 타당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꿈의 편리한(?) 기능 중 하나는 이런 마음의 불안을 해소하거나 잠재된 소망을 어느 정도 만족시켜주는 것이고, 그러므로 그 내용으로 실제 생활에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지요.

정신과 전문의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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