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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열면 “펀드…펀드…” 과연 알고 가입하십니까
한푼 두푼 늘리는 맞춤컨설팅 11월 말 현재 주식형펀드 수탁고가 22조를 돌파하며 펀드 투자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직장인·주부 등 많은 ‘미래의 투자자’들이 펀드투자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다. 또 금융회사 직원조차 펀드에 대한 지식·정보를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고객에게 제대로 안내를 하지 못하거나, 금융회사의 이익만 앞세운 장사에 나서는 바람에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 자주 일어나는 사례를 통해 펀드투자 시대에 개인 투자자들이 주의할 점을 살펴본다. #사례1-“채권형펀드 안전하다”더니 손실나자 “투자자 책임”=회사원 서아무개(34)씨는 ‘저금리시대에 적금만으로는 수익을 거둘 수 없다’는 말에 올해 초 다시 은행을 찾아 투자상품을 알아봤다. 은행 직원으로부터 적립식 펀드를 소개받고 가입을 권유받았지만 너무 어려운 설명에 일단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서씨가 가입한 펀드는 채권형 펀드 상품. “적금보다 수익이 좋고 주식형펀드보다 안전하다”는 설명에 그는 안심하고 상품가입란에 서명을 했다. 서씨는 최근 적립식펀드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은행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이 가입한 채권형 적립식펀드는 고수익은커녕 원금조차 갉아먹어 손해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 직원은 서씨에게 “최근 채권형 상품의 수익률이 좋지 않지만 조금더 유지하면 괜찮아 질 것”이라더니 나중에는 “정 불안하면 주식형으로 갈아타라”고 말을 바꿨다. 서씨는 결국 “투자손실은 투자자 책임”이라는 직원의 말을 듣고 원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찾아 은행을 떠났다. 채권형 수익률 ‘빨간불’
올들어 채권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을 이어가면서 채권형 펀드 수익률에 적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은행 등 금융회사의 창구에선 여전히 직원들이 “채권형 펀드는 안전하다”며 가입을 권하고 있다. 투자상품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받지 못해 금융회사 직원들조차 내용을 잘 모르고 고객에게 설명한 것이다. 요즘 금융회사들은 수많은 투자상품을 매주 새로 출시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이를 일일이 다 숙지하고 가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투자상품 판매 직원들이 고객에게 적절한 상품을 가입하도록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지만 실제 창구에서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사례2-보지도 못한 투자 설명서에 서명해라?=교사인 이아무개(30)씨는 최근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증권사를 찾았다. 미리 인터넷을 뒤져 고른 펀드상품에 가입하겠다고 하자, 증권사 직원은 “선취 수수료가 없는 상품에 가입하는 게 좋다”며 다른 상품을 추천했다. 선취수수료(가입할 때 미리 떼는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펀드에 가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직원이 추천한 상품에 가입하겠다고 했더니 직원은 대뜸 ‘충분한 설명을 들었고 투자설명서를 교부받았다’는 내용이 적힌 종이에 서명하라고 했다. 선취수수료에 대한 설명만 달랑 하고는 ‘충분한 설명’‘투자설명서를 교부받았음’이라는 내용에 서명하라고 하는 직원의 태도에 이씨는 화가났다. 직원은 “다 이런 식으로 가입하는 데 왜 유독 까다롭게 나오냐”며 외려 이씨를 무시하는 태도까지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선취수수료는 원금에서만 수수료를 떼지만 후취수수료는 수익분에서까지 수수료를 떼는 데다, 직원 추천상품은 환매시 3개월전까지의 이익금의 70%를 수수료로 토해내야 하는 등 이씨에게는 유리한 상품이 아니었다. 몇몇 창구 설명없이 권유 은행·증권사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적립식 펀드상품에 대해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고 무조건 가입시키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고객이 높은 판매수수료를 물게 되거나 고객의 투자성향·재무상황은 무시한 채 충분한 설명을 하지도, 투자설명서를 교부하지도 않으면서 마치 이런 절차를 다 밟은 것처럼 서명용지에 서명을 요구하는 경우다. 은행·증권사가 이른바 ‘프로모션 상품’(인기있는 상품) 팔기에 급급해 심지어 고객을 속이는 판매 관행이 여전하다는 게 고객들의 불만이다. #사례3-증권사 직원 말만 믿었다가 예수금으로 남아=회사원 김아무개(32)씨도 올해 초 재무설계 컨설턴트의 권유로 적립식 펀드에 월 30만원씩 투자를 시작했다. 얼마후 이 상품의 수익률이 30%가 넘어가자 투자금액을 10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김씨가 전화로 매수주문을 넣자 증권사 직원은 “펀드통장에 돈을 이체시켜 놓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얼마후 증권사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이체시킨 돈은 매수주문이 걸리지 않아 예수금으로 남겨져 있었다. 주식형 펀드에 가입되어 그동안 주식상승세로 봤을 때 짭잘한 수익이 붙고 있을 것으로 믿고 있었던 돈이 이자 한푼 붙지 않는 예수금 상태로 몇달 동안이나 썩고 있었던 것이다. 김씨는 “직원의 말을 잘못 이해한 것 같다”는 증권사의 말을 듣고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증권사나 은행 직원들조차 이런 사소한 펀드가입 절차에 대해 잘못 알고있어 고객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나중에 잘못된 사실을 알아봤자 금융회사로부터 피해를 보상받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미리 펀드에 대한 공부를 조금이라도 한 뒤 금융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자신에게 맞는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리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도움말 주신 분 <한겨레 재무컨설팅 자문단> 제윤경(에셋비 교육본부장) 이천(에셋비 영업본부장) 정종인(한화증권 갤러리아지점 콘체른센터 피비) 이종량(공인회계사·세무사) <한겨레> 재테크면은 서민과 중산층 독자 여러분을 위한 지면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재무설계 상담신청을 받습니다. 전화 080-433-7000, 전자우편 mon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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