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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28 14:11 수정 : 2010.11.25 14:58

김경주의 ‘후, 달리는 불량배들’

[매거진 esc] 김경주의 ‘후, 달리는 불량배들’

케이는 얼마 전 택시를 타고 가다가 심야에 변(?)을 당한 적이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자 케이는 남은 잔돈 몇백원을 기사님께 “그냥 두십시오!”라고 말하고 내렸다. 가까운 거리를 태워주신 ‘은공에 대한 조공(?)’ 비슷한 행위였는데 자신이 생각해도 그날 하루 한 일 중 참 근사한 행동이라 생각했다. 소심한 케이로선 속으로 으쓱할 만한 것이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차 문득 등 뒤에서 운전석 창문이 드르륵 내려지는 소리가 들렸다. 뒤통수로 동전들이 운석처럼 날아왔다. ‘야, 이 조만×× 야! 내가 거지야? 갖고 꺼져!’ 케이는 황망하고 어이가 없었다. ‘아자씨, 지금 제 뒷머리가 동전하고 상봉한 거 맞아요? 이런 개가 잠꼬대하는 상황을 봤나?!! 너 내려!’ 멱살을 잡고 한밤의 도로에서 둘은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경찰이 오고 사과를 받고 돌아오곤 했지만 케이는 정말 잠들 때까지 화가 치밀었다.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여기는 택시기사의 억울함과 후줄근한 재킷에 코가 떡 벌어진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속칭 말로 ‘없어 뵈는’ 젊은 녀석이라 이젠 택시기사님마저도 하대를 해대는 억울함이 어떻게 화해를 마련할 수 있을까?

케이는 꿀꿀했다. 사실 케이는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직업상 택시를 자주 애용하는 시민 중 한 사람이다. 때문에 노트 몇권을 채워도 남을 분량의 이야기가 줄줄 흐른다고 술자리마다 주접을 떨어왔다. 케이의 택시론은 대충 이렇다.

첫째, 택시는 운수업이다. 여기서 운수는 말 그대로 행운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른 채 손님을 받아야만 하는 기사에게도 그렇고, 인생 굴곡사가 어떤지 짐작이 안 가는 기사를 마주해야 하는 손님에게도 쌍방인 운수업. 택시업은 88올림픽을 전후로 1980년대 호황을 누렸던 과거에 비해 지금은 내리막이다. 때문에 어쩌다 어색한 대화를 시도했다가 그들의 사회분노에 희생제의가 되어 줄창 혼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인생사를 굴비처럼 엮어 토해내는 경우는 흔하고, 토를 달면 십중팔구 설득하려 든다는 것이다. 가끔 논리에 뒤지면 한쪽에 차를 세우기도 한다. ‘너 돈 안 받을 테니 내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믿기 고약해도 시대가 첨단인지라 과거엔 하루 종일 틀어놓는 라디오 덕택에 이것저것 잡식상식이라도 챙겨서 아는 척이라도 제법 할 수 있었지만, 이제 시민들은 그들보다 인터넷 덕으로 더 많은 가십을 챙기고 있고, 심지어 ‘맛집 정보’도 오히려 손님에게 물어보는 형국이다. 게다가 길이 막히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교통량을 합리적(?)으로 살핀 뒤 눈을 치켜뜨니 이해할 만하다. 물론 택시기사를 자기 아랫사람 다루듯이 하는 겁 없는 녀석들의 호기와 세태 분위기를 고려할 때 기사님들의 운수업에 대한 심정도 백분 이해한다.

둘째, 케이의 택시론은 택시기사들은 요즘 천국에 대한 불신이 가장 심하다고 한다. ‘식사 때마다 모두 만만한 천국으로 몰려가는 거지, 거 김밥천국 말이여. 가보면 거기도 너무 값에 비해 허해. 하긴 천국이라는 게 원래 좀 허망한 구석이 있잖아. 진짜 천국엔 안 가봐서 잘 모르겠지만.’

김경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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