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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25 10:25 수정 : 2010.11.25 14:55

김경주의 ‘후, 달리는 불량배들’

[매거진 esc] 김경주의 ‘후, 달리는 불량배들’

와이와 재이는 불닭구운면을 만나기 위해 논산으로 떠난 적이 있다. 와이와 재이는 횡성한우떡더덕스테이크를 면접하기 위해 횡성·강릉으로 방향을 튼 적이 있다. 와이와 재이는 해물크림소스오므라이스를 위해 지구의 위성사진을 펼쳐놓고 안성으로 차를 몬다.

그러니까 와이와 재이의 특별한 여행이 시작된 건 어느 날 술자리에서의 의기투합이었다고 한다. 한 사람은 복합문화 살롱 겸 인디밴드들에 무대를 제공해주는 클럽의 주인장이고 한 사람은 그림을 그리면서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둘 다 홍대에서 턱수염을 은근 자랑하는 아티스트다. 때론 골방에서 시도 쓰고 광장으로 나와 다음 세상에나 도착해야 이해될 수 있는 퍼포먼스도 한다. 자신들의 남루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늘 도착하지 않는 삶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그리고 그들은 어느 날 둘만의 특별한 여행레시피를 계획한다. 그들은 한 달에 한 번, 혹은 정기적으로 고속도로 휴게소로 여행을 간다는 것이다. 내친김에 그들은 전국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모두 돌아보는 것을 목표로 꾸준히 이 여행을 진행시킬 생각인가 보다. 알 만한 사람들이야 다 아는 상식이지만 고속도로 휴게소 중엔 근사한 맛집도 많다는 사실이 그들의 미감을 자극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그들은 남들이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여행을 간다.

정말 재밌는 건 그들의 여행방식이다. 일단 그들은 목적지를 정한다. 일테면 ‘금강휴게소’.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오너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고속도로 버스를 탄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들은 그곳에서 밥을 먹고 바리바리 싸온 술을 먹고 풍광을 만끽한다. 그리고 휴게소에 들르는 다른 장소로 떠나는 버스를 얻어 탄 후 이동한다. 그리고 다음 휴게소에서 내린다. 그러다 보면 하루가 간다. 매번 이런 식이다. 남들이 목적지를 정하고 떠나는 장소까지 그들은 한 번도 도착하지 않는다. 그들은 쉼표에 올라탄다. 그들은 늘 중간지대에서 하차한다. 도대체 이런 여행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서 어느 날 물었다. ‘쉬었다 가는 거지 뭐….’ 그들을 안 지 몇 해 지났고 그들이 아직까지 그 여행리그를 진행중인지는 잘 모르겠다. 시장모퉁이에서 천엽과 순대를 우적우적 씹으며 그들은 내게 이 근사한 여행 감각을 일러주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에 동행을 시키는 기막힌 재주를 가졌다.

‘휴게소들은 쉼표 같은 거야. 신탄진 서울방향 휴게소에는 도토리묵국수가 있어. 그걸 놓치면 인생의 팔할은 어중간해지지. 칠곡으로 가는 부산방향에 있는 휴게소엔 닭육수토속된장라면이 있어. 그건 해장용으로 딱이지. 청원생명영양돌솥밥이 알려진 청원의 휴게소는 이제 너무 알려져서 줄을 서야 할 지경이야. 우린 줄 서는 건 딱 질색인데 이때는 그런 생각이 안 들어.’ 내 생각에는 말이야 일 년 내내 어디서나 빈번하게 볼 수 있는 페스티벌 중에 ‘휴게소 맛자랑 경연대회’가 가장 근사한 것 같아. 경남과 부산, 울산 등의 휴게소 배틀에 참여한다는 건 정말 침이 꼴딱 넘어가지 않아?

김경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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