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0.21 13:14
수정 : 2010.11.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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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의 ‘마이 게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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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조광수의 ‘마이 게이 라이프’
“조권, 게이 맞아?”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조권씨가 인터뷰를 통해 “나는 게이가 아니다” 했으니 내 대답도 “아니라잖아!”다. 내가 아무리 게이더(게이인지 알아차리는 능력, ‘게이+레이더’를 합성한 말)가 발달되어 있는 신통한 언니라지만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을 감별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내가 돗자리 깔 만큼은 아니란 말씀. 게다가 본인이 여러 차례 아니라고 했으면 됐지 뭐가 그리도 궁금한지 모르겠다.
내게 그런 질문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깝권이라고 불리는 그가 게이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참에 하나만 짚고 넘어가 보자. ‘여성스러운 남성=게이’라는 등식은 가능한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성스러운 남자를 보면 게이일 거라고 생각한다. 대충은 맞는다. 그렇지만 100%는 아니다. 아니, 내 경험치로 보면 80%도 안 되는 것 같다. 뒤집어서 ‘게이=여성스럽다’는 등식도 마찬가지다. 내 주변의 게이 친구들은 어느 정도 여성스럽고 수다스럽지만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일반(이성애자)보다 더 땍땍한(남자 같은) 게이 언니들도 꽤 많다. 정말이냐고? 물론이다! 게이들이 모두 콧소리 내고 호들갑 떨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건 미디어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나 텔레비전을 통해 만나게 되는 게이 캐릭터들이 대부분 그렇지 않았는가. 주연도 아니고 조연이나 단역으로 등장하면서 희화화되어 조롱거리가 되거나 동정을 받아 마땅한(!) 인물들로 그려져 왔던 게 사실이다. 게이를 ‘남성이지만 하는 짓은 천박한 여성’으로 만드는 건 게이와 여성 모두를 차별하고 비하하려는 가부장적 남성들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게 반복되면서 여성스러운 남성을 보면 당연히 게이겠거니 생각하게 되었다.
요사이 여성스럽지 않은 꽃미남 배우를 내세운 게이 캐릭터들이 등장했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며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종의 판타지로 게이들을 미화한다고까지 생각하기도 한다. 웃기는 얘기다. 게이들이 모두 꽃미남일 리는 없지만 주말마다 종로 3가나 이태원에 꽃미남 게이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같은 배우가 이성애 멜로 연기를 할 때는 아무 말 없다가 게이로 나오면 비현실적이라고 하는 건 차별이다. 꽃미남 게이 캐릭터들 때문에 게이가 모두 꽃미남일 거라는 착각을 만들어 낸다는 건 “동성애 드라마 보고 게이 된다”는 것과 같은 유치한 발상이다.
게이들이 모두 이상우나 송창의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홍석천인 것도 아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게이들이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살고 있다. 장담컨대, 게이들이 일반들보다는 훨씬 개성이 강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를 표준화하려고 하지는 말라. 노 생큐다. 게이들 사이에서도 여성스러운 게이를 ‘끼순이’라 비하하는 사람들이 있다. 참 못됐다. 대한민국 대표 끼순이로서 한마디 하자면, 자기 개성을 드러내며 자유롭게 사는 것을 비난하거나 차별할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 더구나 같은 편에게 비수를 겨누는 건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누구 좋으라고 그러는 건데?
김조광수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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