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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3.24 13:35 수정 : 2011.03.24 13:35

김조광수의 ‘마이 게이 라이프’

[매거진 esc] 김조광수의 ‘마이 게이 라이프’

잔혹한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게이 소년의 이야기를 쓰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해왔다. 그 소년과 똑같은 괴로움을 겪고 있다는 다른 소년, 집을 나와 방황하고 있다는 소년,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레즈비언 소녀의 아버지도 있었다. 아주 가끔씩 부모님께 커밍아웃한 이후 당당하게 잘 지낸다는 글도 있었지만 대개는 우울하고 괴로운 사연들이었다. 동성애는 죄도 아니고 치료받아야 할 병도 아니란 것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는 동성애자들을, 특히 청소년 동성애자들을 편견 없이 대해주지 않았다. 그들은 학교에서 변태로 취급받아 따돌림을 당하고 부모에게서는 치유의 대상이 되어 압박을 받았다. 결국 그들은 홀로 외로움과 싸우거나 집을 나오거나 극단적인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탈출해야만 했다.

나의 청소년기도 다르지 않았다. 동성연애자 또는 호모라는 낙인은 나를 자책하게 만들었다. 나는 스스로 병든 사람이라 여겼고 결국 그 병을 이기지 못하는 나약한 사람으로 생각하며 우울해졌다. 좋아하는 친구가 생겼을 때는 더 비참했다. 혹시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몹쓸 병을 옮기는 건 아닌지 두려웠고 그 두려움은 결국 자신을 학대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변에 나를 좋아해주는 친구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나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지는 못했지만 그들 덕에 청소년기를 잘 견딜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땐 의도적으로 명랑한 척, 밝은 척하다가 혼자 남겨졌을 때 슬픔에 휩싸이는 이중적인 소년으로 어려운 사춘기를 보냈다.

나를 바꾼 것은 자기 긍정이었다. 호모가 아닌 게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고 나는 단지 이성애자와 다른 사람이란 걸 깨닫는 순간, 나는 변했다. 그러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나는 다짐했다. 다른 동성애자들, 특히 청소년 동성애자들은 나처럼 괴로운 과정을 겪지 않게 하겠다고. 세상에 “나는 동성애자예요”라고 외쳤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려고 노력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따돌림 받던 13살 소년 애셔 브라운이 권총으로 자살하고, 18살 소년 타일러 클레멘티가 다리에서 몸을 던지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청소년 동성애자는 물론이고 다른 괴롭힘을 당하는 모든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사람들이 격려의 메시지를 촬영하여 유튜브에 올리는 ‘잇 게츠 베터’(It gets better)라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이제 곧 나아질 거야’, 그러니 용기를 내라는 이 캠페인에 마돈나·레이디가가·토드릭 홀 등 스타들이 나섰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많은 이들이 동참했다.

지금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괴로워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컴퓨터를 켜고 검색창에 ‘It gets better’를 치고 세계인들이 올려놓은 동영상들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자신을 긍정하고 사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얘들아, 이제 곧 나아질 거야!

김조광수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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