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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3.10 11:16 수정 : 2011.03.10 11:16

[매거진 esc] 탁정언의 ‘관계를 푸는 언어의 기술’

“다시 한번 창업하는 마음으로 행동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텔레비전 광고에 등장한 미모의 젊은 여성 시이오(CEO)는 매혹적이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한마디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언어의 기술 보유자들이 고심했을까? 그녀는 말 그대로 안으로는 전면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바깥으로는 대대적인 소비자 마케팅을 펼쳤다.

그녀의 매력에 흠뻑 빠진 언론은 앞을 다퉈 휼렛패커드의 새로운 시이오를 주요 이슈로 다루었고 마침내 <비즈니스위크>의 커버스토리로 오를 정도로 유명인사가 됐으니 광고 홍보 메시지는 대성공을 거둔 것 같았다. 그런데 정말 그녀의 매력적인 말대로 회사가 살아나고 소비자와의 관계가 되살아났을까? 결과보다 광고가 앞서서는 몰락을 재촉할 수 있다.(짐 콜린스) 다시 말해 말이 앞서서는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휼렛패커드의 시이오 칼리 피오리나의 말잔치에 비해 결과는 초라했으니 결국 해고되었다. 말이 짐이 되어 경영마저 압박했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새로운 각오나 비전을 세우고 관계를 되살리는 말을 할 때 말잔치를 벌여서는 곤란하다. 말잔치는 대개 들떠 있어서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하려는 욕심이 앞서고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오히려 상대를 불편하게 하고 관계를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은 포장하기보다는 마음·진심을 담고 거기에 약간의 위트를 더하는 편이 좋다.

지난해 <포천> 500대 기업에 속한 화물수송 전문회사 옐로프레이트는 트럭운송업의 퇴조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1990년대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갔다. 갈등이 시작되고 트럭이 멈춰 서자 노사관계는 위기 상황으로 치달았다. 업종 자체가 사양화되고 있었으니 어떠한 수를 쓴다고 해도 갈라서 버린 회사와 조직원의 관계는 살릴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경영자의 한마디가 관계를 살리고 회사를 살렸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스타벅스입니다!” 트럭 수송을 고달픈 막노동이 아니라 서비스업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니, 그야말로 돈 한푼 안 들이고 맨입으로 관계를 살린 것이다. 언어의 기술은 말잔치를 벌이는 게 아니라 진심을 담고 위트를 더하는 것이다.

탁정언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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