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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04 13:23 수정 : 2010.11.25 15:28

[매거진 esc] 아저씨의 대중문화 분투기

얼마 전 이름값만으로도 빛나는 30대 후반~40대 중견 여배우들이 새 텔레비전 드라마에 일제히 복귀했다. 반가운 마음에 보기 시작하는데 무언가 이상하다. 드라마가 날 끌어당기기는커녕 자꾸 밀쳐내는 느낌을 받았다. 그 위화감의 정체는 그들의 사뭇 달라진 얼굴. 클로즈업된 그들의 얼굴을 보는 게 상당한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어떤 유명 여배우는 턱을 깎았는지 둥글둥글했던 얼굴선이 무너져버린데다 보톡스와 지방을 과하게 주입한 탓인지 광대뼈가 과하게 도드라진 느낌을 주었다. 내가 좋아했던 여배우는 이른바 ‘분필코’를 만들어 과거의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40대 후반의 다른 여배우는 성형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스모키 화장으로 얼굴 전체를 ‘떡칠’을 했다.

어쩌면 나의 민감한 반응은 지난 3월 초까지 일본에서 체류했던 3년여간의 공백 탓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일본에서도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성형을 한다. 그렇지만 우리처럼 중견 유명배우들이 너도나도 얼굴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경우는 드물다. 나이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풍조 때문인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얼굴에 묻어나는 배우들이 많다.

한국의 경우 50~60대의 중년 연기자마저 잇따라 보톡스와 지방흡입으로 극중 며느리보다 젊게 보이는 현실이니까 성형 운운하는 것이 촌스럽게 비칠지도 모른다. 한 케이블 방송은 성형하지 않아도 젊고 예쁜 연예인들의 순위를 매기는 방송을 내보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엔 이들 연예인 중에도 몇몇은 ‘성형의 역사’가 의심되기도 한다.

‘얼굴·몸매=자본’이라는 공식이 지배하는 한국의 성형 이데올로기 앞에서 윤리적 비판은 힘을 잃은 지 오래다. 다만 시청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만큼은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배우에게 얼굴은 근육의 미세한 떨림이나 표정을 전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한 방송사 드라마 피디는 “보톡스 주사를 과하게 맞거나 턱을 심하게 깎은 연기자 중 얼굴 근육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거나 발음이 불명확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김도형 <한겨레> 문화부문 편집장/트위터@ai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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