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1.18 10:38
수정 : 2010.11.2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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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대물’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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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아저씨의 대중문화 분투기
아나운서 출신 미모의 여성이 정계에 입문해 대통령이 되기까지 과정을 그린 에스비에스 드라마 <대물>(수·목 밤 9시55분)을 보다 문득 15년 전의 정치드라마가 생각났다. 1995년 나란히 방송된 문화방송의 <제5공화국>과 에스비에스 <코리아게이트>는 신군부의 권력 찬탈 과정을 세밀한 기록영화처럼 다뤄 화제를 모았다. 어느 쪽이 실제 인물에 가까우냐는 경쟁이 붙을 정도로 두 작품은 허구가 가미된 드라마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다.
이에 비해 <대물>은 한마디로 정치드라마라고 하기에는 너무 엉성하다. 장차 대통령이 되는 서혜림(고현정)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고 국민적 인기를 얻는 과정이 너무 안이하고 어설픈 것은 그렇다 치자. 대통령 백성민(이순재)이 당정분리를 선언했다는 이유로 여당 대표인 조배호(박근형)의 당 소속 장관 철수 선언에 쩔쩔매는 장면은 아무리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아주 비현실적인 내용이다. 또한 당내 개혁파의 선두주자인 강태산(차인표)이 재벌 사위라는 점도 우스꽝스럽다. 시골 검사인 하도야(권상우)가 여당 대표의 비리를 파헤치고 소환하는 대목도 ‘개가 웃을 일’이다.
이 드라마는 국민들의 정치불신을 이용해 ‘정치적 백치 상태’인 순진무구한 여성의 출세를 다룬 정치 판타지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총리 등극 과정과 이후 개혁정치 행보를 다룬 일본 드라마 <체인지>(2008년 후지텔레비전)의 얼개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당시 집권 자민당 소속 총리의 잇따른 실정에 대한 일본 국민의 염증을 이용하는 전략이었으나 비현실적인 묘사로 일본의 국민배우로 시청률 보증수표인 기무라 다쿠야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음에도 대박에 이르지 못했다.
정치드라마가 반드시 사실과 현실에 기반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럴듯한 근거들이 아예 무시될 때 흡인력은 크게 떨어진다. 제작진의 현실탐구와 고민이 부족한 탓인지도 모른다. 다음달 8일 새로 시작되는 또다른 대통령 만들기 드라마 <프레지던트>(한국방송 수·목 밤 9시55분)는 <대물>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김도형 <한겨레> 문화부문 편집장/트위터@ai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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