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2.16 10:27
수정 : 2010.12.16 10:27
[매거진 esc] 아저씨의 대중문화 분투기
이달 초 일본 도쿄에 휴가차 갔다가 뜻밖에 취재를 하게 됐다. 지인의 요청으로 재일동포 영화인 이봉우(50)씨의 지원모임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 2월 이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지만 다시 보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한·일 두나라 영화계에서 실력자로 통하던 일본 영화사 시네콰논 대표였던 그는 인터뷰 당시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직후여서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의기소침했기 때문이다.
1993년 한국 영화 <서편제>, 1999년 <쉬리>, 2001년 <공동경비구역 JSA> 등 한국 영화를 수입해 일본내 한류붐의 초석을 깐 그는 <박치기> <훌라걸스> 등 작품성 있는 일본 영화를 제작해 명성이 높았다. 그러나 2005년 서울 명동에 일본 영화 전문 상영관 시큐엔(CQN)을 개관했다가 투자금 40억원을 고스란히 떼이는 사기를 당한 것을 계기로 일본 주거래은행으로부터 돈줄이 막혀 결국 부도까지 맞았다.
하지만 도쿄 긴자의 한 중국집에서 10개월 만에 다시 만난 그의 얼굴은 한껏 상기돼 있었다. ‘이봉우씨 부활제-배꽃모임’이란 이날 행사의 이름에 걸맞게 그는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그에게 다시 꿈을 꿀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준 사람들은 감독·배우 등 일본 영화인들이었다. 1만엔(14만원)의 적지 않은 참가 금액에도 150여명이 30평 남짓한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김대중 납치사건을 다룬 영화 <케이티>의 감독 사카모토 준지를 비롯해 일본에서 유명한 청춘스타 기리타니 겐타 등 이씨와 인연 있는 영화인 10여명이 무대에 나와 한마디씩 격려와 지지의 뜻을 표시했다. 뜻밖의 한국 배우도 무대에 올랐다. <쉬리>의 일본 상영을 계기로 이씨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라는 영화배우 최민식씨는 “한국말에 비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진다는 말이 있다”는 말로 이씨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최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니 이 사장님이 일본에서 잘 살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가 대형 트럭을 개조한 100석 규모의 이동식 극장을 이용해 “파친코 주차장, 공민관 등 일본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매일 영화를 볼 수 있게 하겠다”며 재기를 다짐하자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문화부문 편집장/트위터@ai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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