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아저씨의 대중문화 분투기
“김어준씨는 왜 여자 연예인들을 인터뷰할 때마다 4대강 문제 같은 정치적인 질문을 빼놓지 않고 하세요?”
지난호에 실린 한겨레
“연예인 인터뷰를 해보면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좋아하고 싶은데 누군질 모르겠는 거야. 그러니까 알고자 하는 시도인 거죠. 문제가 되는 거 정도는 알기를 바라는 그런 기대가 있어요.”
나는 김어준씨와 달리 연예인들의 정치적 식견이나 사회참여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지만, 최근 배우 김여진(37)씨의 발언과 행보를 접하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이 노조결성을 이유로 집단해고된 뒤 김씨는 트위터와 블로그 등을 통해 분노를 표시하고 적극적인 지원에 동참할 것을 호소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적극적인 사회참여 발언이나 실제 행동도 신선했지만 그의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더 마음에 다가왔다.
그는 홍대 청소노동자들에 대해 냉담한 태도를 취했다는 이유로 트위터 등에서 몰매를 맞고 있는 홍대 총학생회장에게 블로그를 통해 “밥이나 먹자”고 오히려 위로와 격려의 뜻을 피력했다. 지난 7일 밑반찬을 싸들고 농성장을 찾았다가 우연히 만난 학생회장이 아줌마들이 차려준 밥도 못 먹는 것을 보고 “무엇이 널 그렇게 복잡하게, 힘들게 만들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나부터 반성한다”며 “나의 두려움과 경쟁심과 무관심, 너희를 비난하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 했던 그날들을 반성한다”고 토로했다.
나는 좌든 우든 사태의 원인과 책임을 종합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그저 한쪽으로 몰아가려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그 무엇을 그에게 느꼈다. 그의 이런 열린 자세는, 대학시절 사회변혁 운동에 열심히 동참했으면서도 운동권의 정파주의적 태도에 환멸을 느꼈다는 자기반성 정신과 봉사활동 경험에서 비롯된 인간애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연예인들이 김여진씨와 같을 수 없고, 같을 필요도 없다. 연예인이란 기본적으로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이므로. 다만 가끔은 자신의 울타리 너머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문화부문 편집장/트위터 @ai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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