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2.17 09:47
수정 : 2011.02.17 09:47
[매거진 esc] 아저씨의 대중문화 분투기
내가 가장 즐겨 보는 텔레비전은 지상파가 아니다. 케이블·위성의 연예오락채널 ‘티브이엔’(tvN)이다. 훨씬 재미있기 때문이다. 티브이엔에는 지상파에는 없는 새로움이 있다.
내가 티브이엔을 발견한 것은 지난해 3월. 일본에 있을 때 한국 방송을 전혀 보지 않았지만 3년여 만에 귀국해 보니 지상파 방송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드라마의 막장코드는 더 강해졌고, 훈련된 아이돌의 프로그램 지배력도 더욱 강화됐을 뿐이다. 그런데 나를 티브이엔으로 이끈 ‘롤러코스터’(롤코)에는 지상파 연예오락 프로그램에는 없는 동시대성, 현실성 같은 것이 있었다. 난 ‘티브이를 바꾸는 티브이’라는 티브이엔의 홍보문구에서 아이돌과 연예인이 프로그램을 지배하지 않아도 더 재미있는 방송을 발견한다.
‘롤러코스터’의 남녀탐구생활 꼭지는 “남자 여자 몰라요, 여자 남자 몰라요”로 시작되는 프로그램 내레이션 그대로 세상 남녀간 근본차이에서 비롯되는 문제, 한국인이어서 더 심각한 인식의 차이 같은 것을 약간의 과장을 섞어 재미있게 보여주었다.
시작은 ‘롤코’였지만 관심은 이내 티브이엔의 다른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화성인바이러스’, ‘막돼먹은 영애씨’, ‘러브 스위치’, ‘생초리’ 등. 티브이엔의 혁신성은 부단한 자기갱신 노력에서도 엿보인다. 최근 ‘롤코’는 ‘세상에 거짓말이 없다면’이라는 가정 아래 회식자리와 결혼식장 등 여러가지 상황에서 벌어지는 노골적인 대화를 다룬 코너를 신설하고 시청자가 참여해 만든 ‘트위터극장’도 새로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가벼운 토크쇼 성격의 ‘시사콘서트 열광’도 달빛요정 이진원 사망사건, 이집트 사태와 한국의 민주화 정도를 비교하는 의미있는 주제를 다뤘다.
오는 10월께면 종편 방송이 시작될 예정이다. 과연 조·동·중의 종편 방송이 콘텐츠 면에서 파괴력을 가질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어쩌면 기존 지상파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런 프로그램으로 지상파의 두터운 벽을 뚫을 수 있을까? 종편이 새로움을 무기로 한 틈새전략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면 방송 4년 만에 사라진 현대방송의 운명을 답습할 가능성도 있다.
김도형 문화부문 편집장/트위터 @ai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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