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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3.17 10:54 수정 : 2011.03.17 10:54

[매거진 esc] 아저씨의 대중문화 분투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베스트셀러 <1Q84>를 보면 <엔에이치케이>(NHK) 수금원이 가가호호 방문해 집요하게 수신료 납부를 독촉하는 장면이 여러차례 나온다. 나도 일본에 있을 때 수신료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수금원은 소설과 달리 텔레비전이 없다고 하면 별말 없이 돌아갔다. 일 때문에 엔에이치케이를 하루 최소 4시간 이상 봤지만 연간 1만6천엔(지상파 기준) 남짓의 수신료를 아깝게 생각했다. 하지만 양심에 찔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예컨대 8·15 전후 일제의 전쟁 개시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다룬 다큐멘터리나 수준 높은 토요드라마를 볼 때마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하나는 재난방송 때다. 규모 5 이상의 큰 지진은 물론 규모 3~4의 작은 지진이 발생해도 즉각 화면 상단에 발생 지역과 함께 해일(쓰나미) 주의보를 발령하고 지진속보와 대피요령 등을 알리는 아나운서의 차분하고 침착한 목소리는 잊을 수가 없다. 일본 지진관측 사상 최악이라는 3·11 도호쿠 지역 대지진과 해일 피해를 전하는 엔에이치케이 지진속보를 볼 때도 수신료 미납이 마음에 걸렸다.

한국 방송들은 <해운대>보다 더 영화 같은 엄청난 해일 장면을 매일 뉴스시간마다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나 엔에이치케이는 필요 이상 자극적인 장면은 보여주지 않았다. 대신 이재민들이 당장 필요로 하는 구호물품과 도움의 손길이 무엇인지, 어디서 가장 필요로 하는지를 차분하게 전한다. 후쿠시마 원전 피해상황도 차분하게 사실보도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보기엔 구호 및 이재민의 자활 노력 등은 최소 몇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보도할 것이다. 과거 엔에이치케이의 지진보도를 보면 그랬다.

그렇다면 한국의 공영방송은 어떤가? 한국의 보수논객 조갑제씨조차 최근 일본의 재난보도와 관련해 “<한국방송>이 엔에이치케이보다 더 흥분한다”고 질타했다. 한국방송은 지난해 9월 추석 연휴기간 중 일손이 없어서인지 트위터의 정보를 그대로 인용해 보도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공영방송의 가장 큰 역할은 국가재난 때 국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력이다. 한국방송이 재난방송만 제대로 해도 수신료 인상의 거부감도 크게 줄지 않을까?

김도형 문화부문 편집장/트위터 @ai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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