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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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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싱글 앤 더 시티
내가 애인이 없는 이유는 가죽 라이더 재킷 때문이었다. 술에 거나하게 취한 영화 프로듀서 한명이 복국을 앞에 놓고 말했다. “김 기자가 애인이 없는 이유가 뭔지 알아요? 무서워서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빡빡머리를 하고서는. 게다가 그 가죽 라이더 재킷은 뭡니까 대체. 너무 무섭잖아요. 그렇게 입고 있는데 누가 편하게 먼저 말을 걸 수나 있겠어. 앞으로는 머리도 기르고 안경도 은테로 바꾸고 옷도 파스텔톤 이런 거 좀 입어요.” 이 칼럼을 번갈아 쓰고 있는 〈W〉의 황선우 차장에게 이 말을 해줬더니 박수무당처럼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어머. 어쩜 패션계 여자들이 남자들한테 듣는 소리랑 똑같니 얘. 패션계 여자들이 에지있는 블랙에 스모키 마스카라 하고 나가면 보통 남자들이 진짜 무서워하잖아. 샤방샤방한 스커트에 생머리 휘날리면서 나가야 애프터라도 받지.” 거기에 답이 있었다. 내가 서른다섯이 되도록 팔리지 못한 이유는 모두 가죽 라이더 재킷 때문이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일리 있는 소리다. 남자들이 가죽 라이더 재킷을 입기 시작한 건 말런 브랜도가 1953년 작 <난폭자들>(Wild One)에 그 재킷을 입고 나오면서부터였다. 이후로 가죽 라이더 재킷은 난폭한 아웃사이더들을 위한 아이템이 됐다. 오죽하면 제목부터 <아웃사이더>인 영화에 맷 딜런과 톰 크루즈가 가죽 라이더 재킷을 입고 나왔겠는가. 한마디로 가죽 라이더 재킷은 “널 해쳐버리겠어”라는 메시지를 주는 고독한 싱글들의 가죽인 게다. 올가을에는 나도 좀 팔려 보고 싶었다. 아웃사이더는 무슨, 연애의 인사이더 한번 되어보자 싶었다. 백화점에 가서도 가죽은 쳐다보지 않았다. 숫청년처럼 앳되어 보이는 파스텔톤 셔츠도 입어봤다. 정갈하게 몸을 타고 흐르는 프레피 스타일의 블레이저도 입어봤다. 거울을 보니 “절대 해치지 않아요”라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풍기며 화사하게 웃는 내가 보였다. 나는 그 파스텔톤의 천쪼가리들을 다시 매대로 집어던진 다음 눈여겨봤던 라이더 재킷을 입어봤다. 거울이 말했다. “어디 해치기만 해봐라.” 이거야말로 혼자서도 잘 살고 잘 노는 남자를 위한 가죽이었다. 김도훈/〈씨네21〉 기자 ■ 전쟁보다 무서운 재정적자…‘대영제국 상징’ 항모 퇴역■ “오늘 하루 당신이 충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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