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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18 10:37 수정 : 2010.11.25 15:20

지친 30대의 화끈한 연인

[매거진 esc] 싱글 앤 더 시티

3년 전 부산국제영화제 출장 중 목과 어깨가 완전히 망가져버렸다. 지나치게 속을 채워 빵빵해진 싸구려 모텔의 베개 때문이었을까. 아침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목을 들 수도,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다. 통증을 참으며 겨우겨우 사무실로 나갔더니 저마다 해결책을 제안했다. 첫번째 제안. “침 한방이면 바로 괜찮아져. 한국 사람에게는 역시 침이 최고야.” 두번째 제안. “정형외과에 가서 제대로 치료를 받아.” 제일 구미가 당긴 건 세번째 제안이었다. “마사지숍에 가서 한시간 몸을 맡겨봐. 신세계가 열릴걸.”

네이버 검색으로 해운대 근처의 용하다는 마사지숍으로 갔다. 오피스텔을 개조한 마사지숍의 침대에 엎드려 있노라니 뭔가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나에게 마사지란 남자들이 야밤에 몰래 기어들어가 ‘므흣한’ 불법 서비스를 받고 나오는 장소이거나, 혹은 온갖 아로마 오일의 향기와 함께 누리는 타이 해변의 호사였다. 5만~10만원이라는 제법 거금의 돈을 들여 매주말 동네에서 받는 마사지는 생각도 해 본 적 없었다.

곧 마사지가 시작됐다. 목이 꺾이고, 팔이 뒤틀리고, 허리가 부서지는 쾌락에 몸부림을 치고 있노라니 마사지사가 말했다. “몸이 노인입니다. 당분간은 일주일에 한번씩 오세요.” 아침에는 돌려지지도 않던 고개를 화끈하게 돌리며 마사지사에게 눈을 찡긋했다.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집 근처 마사지숍 정액권을 끊었다. 끝없는 타이핑에 굳어버린 어깨와 척추를 위해서라면 한시간 반에 7만원 정도의 돈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어머님이야 “자기야 어깨 아프지? 주물러줄까?”라고 말해주는 배필을 만나길 원하실 테지. 하지만 배필 따위 뭔 소용이랴. 그들은 척추의 통증점을 정확하게 짚은 뒤 강력한 손가락으로 꾸욱꾸욱 눌러주는 기술도 없고, 고개를 정확하게 좌우로 꺾어서 우두둑 소리를 내며 풀어주지도 못한다. 요즘 나에게 주말 최고의 연인은 마포구 어느 마사지숍의 중국인 선생님이다.

김도훈/<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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