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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16 10:25 수정 : 2010.12.16 10:25

모카포트

[매거진 esc] 싱글 앤 더 시티

혼자 사는 남자의 집에는 홀아비 냄새가 난다. 이렇게 칼럼을 시작하면 괜히 속이 뒤틀리는 싱글남들 꽤 있을 게다. 어쩌겠는가. 홀아비 냄새가 나기에 홀아비 냄새가 난다고 했을 뿐인데 어째서 홀아비 냄새가 나느냐고 물어보시면 여기서 이 글을 끝내는 수밖에. 아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싱글남들이 홀아비 냄새에 무심한 이유는 과학적으로도 설명 가능하다. 코는 인체기관 중 가장 무디다. 시각이나 청각과는 달리 후각은 자신을 둘러싼 냄새에 금방 적응한다. 무슨 소리냐고? 제집의 홀아비 냄새를 타인만큼 확실하게 맡을 수 있는 홀아비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홀아비 냄새라는 건 꽤 독한 데가 있다. 페브리즈도 쓸모없다. 지난주 칼럼에서 황선우 기자는 싱글남녀들의 필수품으로 향초를 권했다. 사실 향초는 홀아비 냄새를 없애는 데 가장 완벽한 물건이다. 그러나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싱글남들의 처지를 이해한다. 대부분의 당신들은 아베다니 록시땅이니 하는 수입 화장품 매장에서 향초를 구입한다는 행위 자체를 남세스러워할 테니까. 결국 센스 있는 애인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향초를 사주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만, 이런. 그런 애인이 있었다면 당신은 이미 싱글남이 아니었겠군요.

후각이 유독 활발한 나 역시 방문객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홀아비 냄새를 맡을까 항상 두려웠다. 해결 방법은 의외의 곳에서 찾아왔다. 매번 커피를 사 먹는 나에게 누군가가 권했던 모카포트(사진)였다. 모카포트는 1933년 알폰소 비알레티라는 이탈리아 남자가 만든 간편한 알루미늄 커피 제조기다. 값도 쌀 뿐 아니라 특별한 기술 없이도 근사한 에스프레소를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이 기막힌 물건으로 커피를 끓이면 진한 커피향이 집 안을 가득 채운다. 손님이 오기 직전 모카포트로 커피를 끓이는 건 이제 내 일상의 가장 중요한 행위가 됐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크리스마스 시즌 애인을 집으로 초청한 싱글남이라면? 당장 달려나가 모카포트를 구입하시길. 당신의 후각이 인지하지 못하는 홀아비 냄새를 없애는 동시에, 근사한 차도남 코스프레로 애인을 속여넘길 수도 있을 테니까.

김도훈/<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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