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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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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싱글 앤 더 시티
항상 형광등이 싫었다. 핵전쟁 이후 지하로 숨어든 인류를 다루는 에스에프(SF) 영화의 무대처럼 푸르딩딩하게 빛나는 색깔도 싫었고, 호러영화의 한 장면처럼 끔뻑끔뻑거리다 켜지는 모양새도 미웠다. 형광등이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한 건 백열등이 전기를 많이 잡아먹고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의식이 생기면서부터다.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은 따뜻한 빛을 발산하면서도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삼파장 전구도 많다. 굳이 형광등을 사용해야 할 이유가 더는 없는데도 한국은 여전히 형광등 애호국가로 남아 있다. 형광등 애호사회에 신물이 난 나는 최소한 집에서만은 형광등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이사 간 아파트의 천장은 이미 형광등이 지배하고 있었다. 전셋집에서 살면서 돈 들여 천장을 시공할 생각은 꿈에도 없었던 나는 대안을 찾아냈다. 거실을 따뜻한 빛으로 장식할 수 있는 플로어램프를 구입하는 것이었다. 한동안 저렴한 램프를 검색하다가 이케아의 플로어램프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졌다. 몸체가 자작나무로 된 이 커다란 램프는 희한하게도 몸이 제멋대로 구부러진다. 디자이너는 스웨덴의 여성 디자인 그룹인 ‘프론트’였다. 그러니까 이건 에이치앤엠(H&M)과 랑방, 유니클로와 질 샌더처럼 일종의 컬래버레이션 가구였던 셈이다. 한창 뜨는 디자이너의 가구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환상까지 충족시켜 줄 이 램프는, 도착하자마자 궁색한 자취방 거실의 중심이 됐다. 형광등으로도 불편한 건 없는데 굳이 삼파장 전구를 단 플로어램프를 사야 할 이유가 뭐냐고? 당신이 매일 집 안을 정리할 만큼 부지런하지 못한 독신남이라면 정말이지 중요한 두가지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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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싱글 앤 더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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