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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02 16:03 수정 : 2011.06.02 16:03

[황선우의 싱글 앤 더 시티]
‘몸의 퇴행’ 막으려 웨이트 트레이닝 시작

“그래, 너도 시작할 때가 됐어. 골프 말이지?” 운동을 해야겠다는 말에 주변 사람들은 절차를 밟는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친구들은 함께 필드에 나갈 수 있겠다며 들떴고, 선배들은 사회생활에 도움이 될 거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내가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골프가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도 없고, 사교에 전혀 도움도 되지 않는 운동이었다. 웨이트 트레이닝. 한적한 교외의 탁 트인 자연 대신 형광등을 밝힌 실내에서, 유쾌한 사람들이 아니라 거울 속 자기 자신과 대면해야 하는 운동 말이다.

“이제 퇴행이 일어날 시기니까요.” 어깨를 삐끗해서 찾은 정형외과에서 회전근개 건증과 부분파열 진단을 받았다. 뼈를 둘러싼 힘줄이 닳아서 뭔가 모양이 뾰족해졌다는 이야기였다. 몸이 아프기도 했지만 ‘퇴행’이라는 단어가 마음을 더 불편하게 찔렀다. 조심스럽게 사전을 찾아봤다. ‘동물이 일정한 발생단계에 도달한 뒤 그 체제가 퇴화적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 혼자 사니 도와줄 사람이 없어 간단한 일상생활에도 시간이 배로 들었다. 일정한 발생단계에 도달한 지 한참 오래된 30대 중반의 동물인 나는, 옷을 갈아입거나 두유 뚜껑을 돌려 따다 말고 잠깐씩 멈추어 기다렸다. 뾰족한 통증이, 그리고 외로움이 지나가기를.

운동을 해서 근육을 단련해야 다시 아프지 않는다고 했다. 근육…. 내 흐물흐물한 살들 아래에 존재하리라 추정되지만 확인할 길 없는 그것 말인가? 1 대 1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가르쳐주는 피티(PT·퍼스널 트레이닝) 등록을 했다. 운동의 목적은 20대 때와 전혀 달라졌다. 살을 빼려고가 아니라, 살려고 하는 운동. 그러나 운동이, 죽을 듯 힘들었다. 5분 러닝머신 위를 빠르게 걷고 나서 스쿼트나 런지,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 등 몸의 부위마다 근육을 단련하는 동작을 돌아가면서 반복했다. 그렇게 한 세트씩 3번 반복하면 대략 한 시간이 흐른다. 적어놓고 봐도 그렇지만 직접 하면 더 지루한 과정이다. 옆에서 구령을 붙이고 자세를 봐주는 트레이너가 없다면, 시간당 들이는 막대한 비용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당장 도망가고 싶을 정도다.

10시간의 지루함을 견딘 대가로 이런 것들을 알게 되었다. 내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 길이가 다르다는 사실, 골반이 틀어져 그렇다는 것, 목의 근육들이 지나치게 긴장해 있다는 것, 상체 근력이 형편없고 그에 견줘 심폐기능은 쓸만하다는 것….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관심없어할 몸의 세세한 생김새를 알아보고 친해지는 중이다. 오늘도 트레이너는 40㎏대로 내려갈 때가 됐는데 체중에 변동이 없다며 압박하지만, 체중보다 나에게 중요한 숫자 40은 마흔이라는 나이다. 평생 혼자 물고 빨고 핥고 해야 할 나 자신과 더불어 건강한 중년을 맞는 일 말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운동이고, 그래서 싱글 살이와 참 많이 닮았다.

글·사진 황선우/<더블유 코리아>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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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김도훈·황선우의 싱글 앤 더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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