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
[매거진 esc] 황선우의 싱글 앤 더 시티
가자, 노는 법 잊은 어른들의 한여름 놀이터로 록 페스티벌에 갈 거냐고 물어본다. “난 덥고 사람 많은 곳은 질색이라서… 게다가 좌석도 없는 야외 공연이잖아. 나이 드니까 이제 무대랑 아무리 가깝다 해도 스탠딩석은 마다하게 되더라.” 내한 공연 제법 다닌다 하는 음악 애호가들도 이렇게 답한다. 그럴 법도 하다. 지리적 위치는 서울에서 한 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경기도에, 하루에 수천명의 인원이 다녀가는 높은 인구밀도에, 시기는 한 해 중 가장 덥다는 7월 말, 8월 초의 휴가철이니까. 시원한 바다나 계곡을 일부러 찾아가도 시원찮을 때에, 야외에서 몇 시간씩 공연을 본다는 건 확실히 쾌적함은 포기한 결단이라고 봐야 한다. 안 가본 사람들은 안 가봐서, 다녀와본 사람은 그게 어떤 건지 알아서 그 나름대로 엄두를 못 낼 경험이 바로 록 페스티벌이다. 록 페스티벌에 왜 가는지 대답해본다. 일단 음악.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외국 뮤지션들은 일본의 다른 페스티벌과 일정을 이어서 한국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 단독 공연으로는 만나기 힘들었을 밴드들, 오아시스, 베이스먼트 잭스, 펫 숍 보이스를 탁 트인 공간에서, 맥주나 보드카 칵테일 한잔을 곁들여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늘을 찾아 돗자리를 깔아두고 뒹굴대며 생맥주 한잔에 알딸딸해질 때 음악은 알코올 기운 덕분인지 바람을 타고 온몸을 감싸서인지 조금 더 심장을 빠르게 만든다. 그리고 사람들. 페스티벌에는 어디 숨어 있었나 싶은 패셔니스타들이 쏟아져 나와 과감한 옷차림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롱 선드레스와 핫팬츠, 장화와 가락신(플립플롭), 머리에 꽃을 달거나 환자복을 입는 코스프레까지. 단순한 구경거리를 넘어서 트렌드와 스타일에 대한 넘치는 아이디어를 준다. 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을 록 페스티벌에서 만날 수 있는 건, 그들 자신이 음악 팬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적극적인 옷입기를 관찰할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장이 바로 ‘록페’이기 때문일 것이다.
|
황선우의 싱글 앤 더 시티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