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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매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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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싱글 앤 더 시티
음악 들으며 차에 앉아 남자들의 차 사랑 알 수 있었다
남자라면 모름지기 차가 있어야지. 만나는 사람마다 그랬다. 나는 코웃음을 쳤다. 대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자가용을 몰고 다녀야 할 이유가 뭐가 있느냔 말이지. 버스 전용차선을 내달리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거대한 주차장이 되어버린 강남대로와 올림픽대로를 관망하노라면 더더욱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강철로 주조한 네모진 상자 속에 몸을 구겨넣은 직장인들의 모습을 보고서도 서울에서 자가용을 몰고 싶을까. 나에게 자가용이란 목숨을 단축시키는 살상무기이자 끝없이 돈을 잡아먹는 월급 도둑이었다. 자가용을 몬다고 세상의 모든 남자가 <르망>의 스티븐 매퀸(사진)처럼 근사해지는 건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면허가 없기 때문에 괜히 하는 소리는 아니다. 나는 1996년, 그러니까 대학교 3학년 때 운전면허를 땄다. 오너 드라이버의 꿈 따위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입대가 코앞에 있었다. 인생은 입대일에서 멈추어 선 뒤 더는 나아가지 못할 것만 같았다. 어머니의 생각은 달랐다. 변변한 기술도 없는 내가 박격포 부대라도 갔다간 죽어나올 것이 분명하다고 (아마도) 판단했을 어머니는 운전면허학원 등록증과 수영강습 등록증을 강제로 끊게 만들었다. 운전을 배우면 운전병으로라도 빠질 수 있을 테고, 수영을 배워서 체력을 기르면 유격훈련 중 심장마비로 사망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새벽 6시에 억지로 일어나 아줌마 회원들과 수영을 배웠고, 오후에는 운전학원에서 핸들과 사이드 미러의 거리를 맞춰 주차하는 법 따위를 배웠다. 물론 나는 운전병이 되지도 않았고, 체력 따위 필요 없는 행정병이 되어 편안하게 군생활을 마쳤다. 그리고 15년이 흘렀다. 나는 운전도 할 줄 모르고 수영이라곤 개헤엄밖에 칠 줄 모르는 30대 중반의 쓸모없는 남자로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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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싱글 앤 더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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