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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열리는 서교동 옥상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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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황선우의 싱글 앤 더 시티
‘못 버리는 쇼퍼홀릭’, 서교동 옥상마켓에서 버리고 힘 솟다 독신녀에게 청소란 번뇌로 가는 지름길이다. 어째서 우리 집은 이렇게 좁은 걸까, 손바닥만한 집이 치워도 깨끗해지지 않는 건 왤까, 혼자 살면서 가사도우미 부르는 건 자취 윤리에 위배되는 일일까, 입지 않는 이 옷은 언제 샀으며 이 책은 언제 사서 아직 못 읽은 걸까…. 그때 문득 서가에 꽂힌 책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쇼퍼홀릭>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그 두 가지를 조합한 사람이 바로 나다. 번뇌의 사슬을 끊는 방법은 한 가지다. 수시로 버리고 비워내는 것. 쇼핑을 좋아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새로운 물건들을 끊임없이 집 안에 데려다 놓는다. 마이너스의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플러스의 속도에 집이 잠식당하고 마는 것이다. 옥상마켓을 알게 된 건 친구의 초대를 받고서였다. 서교동 낡은 상가건물 2층의 낮은 옥상에서 한달에 한번 열리는 이 장터에는 누구나 신청해서 원하는 물건을 팔 수 있다. 입던 옷이나 빈티지 그릇 같은 것 외에도 홍대라는 지역 특성상 발랄한 머리와 엽렵한 손에서 탄생한 재미난 물건들, 그걸 만들어낸 재미난 사람들이 모인다. 손으로 만드는 실크스크린 프린트 백, 나무로 직접 만든 조명등, 작은 인쇄물이나 독립잡지까지. 가진 현금을 다 쓰고 또 살림살이를 늘리고야만 나는, 집이 물건들에게 압사당하기 전에 여기 셀러로 참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모처럼 맑았던 일요일, 커다란 장바구니 세 개에 꾸려 온 짐을 돗자리 위에 펼쳐놓았다. 즉흥적으로 가격을 매긴다. 여름 내내 신던 샌들 3000원, 안 쓰는 립스틱 5000원. 자기한테 어울리는 물건을 골라 들고 조심스럽게 깎아달라는 사람에게는 고민하는 척하다가 에누리를 해줘도 즐겁다. 홍대의 카페형 병원인 제너럴닥터에서는 한켠에서 혈압을 재 주고, 누군가는 손수 만들어 온 딸기잼을 팔았다. 어스름이 내릴 즈음에는 인디 뮤지션들이 통기타를 들고 나와 노래를 들려줬다. 풍수지리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집 안에서 기운을 막고 에너지를 정체시킨다고들 하는데, 그날 옥상에서는 물건들이 흐르고 사람들이 만났다. 동네 잔치를 경험해본 적 없는 도시 청년들 세대가 자신들의 방식으로 작은 광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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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의 싱글 앤 더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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