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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엠베(BMW) 미니에서 새로 나올 미니 ‘쿠페’. 베엠베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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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황선우의 싱글 앤 더 시티
고가·고급 SUV의 허세보다 작고 불편하고 귀엽고 이기적인 자동차를 내가 운동을 다니는 체육관은 서울 청담동 한복판에 있다. 같은 건물에는 어린이 그림교실이, 옆 건물에는 피아노학원이 있어서 운동을 하러 가거나 마치고 나올 때 건물 앞에서 청담동 어린이들을 데리러 온 청담동 엄마들과 마주치곤 한다. 정확히는 엄마들이 아니라, 그들이 탄 자동차와 마주치는 거지만. 벤츠 GLK, 아우디 Q5, 볼보 XC60, 폴크스바겐 투아렉…. 주로 배기량이 큰 고급 스포츠실용차(SUV)인 청담 엄마의 행렬을 보고 있노라면 하나같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아이들을 태우거나 쇼핑한 짐을 실을 일이 많으니까 공간이 넓은 차여야 해요. 운전하기에도 편하게 차체도 높으면 좋겠어요. 난 똑똑한 여자니까, 연비도 물론 좋아야죠!” 청담동에 살지도 않고, 아이 엄마도 아닌 나의 내면에서는 이런 목소리와는 다른 이야기가 들려온다. 우선 작고 가벼운 차가 좋다. 운전을 하는 1차적인 목적은 누군가를 학원으로 실어나르는 게 아니라 출퇴근이며, 2차적인 목적은 가족과 함께 교외로 나가는 게 아니라 혼자 도시를 즐기는 쪽에 가깝다. 강북의 좁은 골목골목을 누비거나 건물 틈바구니에 주차할 때면, 이 빽빽한 도시에서 덩치 큰 차를 몰고 다니는 일이 불필요한 허세로 느껴진다. 하지만 밤의 올림픽대로를 질주할 때, 새벽에 인천공항으로 달릴 때는 힘과 퍼포먼스가 중요하다. 남자들에게만 아니라 싱글 여자에게도, 바퀴 넷 달린 장난감을 타는 시간은 어른의 가장 재미난 놀이 중 하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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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의 싱글 앤 더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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