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신촌 생맥주집 ‘서른 즈음에’의 테이블 풍경. 오기봉 제공
|
황선우의 싱글 앤 더 시티
왜 서른 살에 집착할까, 30대의 삶도 흔들리긴 마찬가지인데
비틀거리는 연말과 들뜬 카운트다운을 지나쳐 마침내 새해다. 형편없는 성적표를 받아 들고 실눈으로 확인하듯, 낯선 내 나이를 곁눈질하며 적응하느라 어리둥절한 시기이기도 하다. 사채 복리 이자도 아니고 언제 이렇게 숫자가 불어났을까 마음이 무겁지만 성적표처럼 고쳐 쓸 수도 없으니 뭐…. 착착 접어서 일단 저기 한구석에 치워버린다(그리고 슬슬 익숙해질 때쯤 거기서 하나가 더 늘어난 숫자를 받아 들겠지). 뮤지션 이석원은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책에서 자기소개를 ‘나이 탐험가’라고 적어놓기도 했는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삶은 참 공평하다. 누구나 처음 경험하는 미지의 나이 속을 온몸으로 관통해야 하니까. 달에 깃발이라도 꽂고 온 양 의기양양하게 반추하건 다들 다녀오는 시시한 수학여행으로 회상하건 간에, 겪어 보고 나야 거기에 대해 뭔가 할 말이 생긴다.
내 탐험만도 버거운데, 이맘때면 다른 이들의 엄살도 적잖이 들려온다. 매년 나이 호들갑과 숫자에 대한 의미 부여가 가장 심한 건 예외 없이 서른 살들이다. 충격과 공포부터 체념과 순응까지, 서른을 맞는 83년생 돼지띠들의 다양한 반응들은 대체로 귀엽다. 나도 언젠가 지나쳐 온 익숙한 모퉁이라서일까. 서른을 가장 좋아하는 건 출판 마케팅 관계자들인 것 같기도 하다. 인터넷 서점 검색창에 ‘서른’만 쳐 봐도 금세 알 수 있다. 죽을 수도 살 수도 없을 때 서른이 온다고, 어째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심리학에 물어보라고, 꿈에 미쳐라 공부에 미쳐라 사랑에 빠져라 돈을 모아라 여행을 떠나라…등등. 이리저리 부추기며 저마다 등을 떠민다. 재밌는 건 다들 등을 미는 쪽이 제각기 다른 방향이라는 점이지만.
|
황선우의 싱글 앤 더 시티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