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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14 13:46 수정 : 2010.11.25 15:17

그는 어떤 옷을 입었나? 코트, 베스트, 팬츠, 신발, 넥타이-엠비오 / 셔츠-유니버설 랭귀지 / 안경-로버트 겔러 / 시계-롤렉스

[매거진 esc] 홍석우의 스트리트/스마트

클래식 패션의 전형을 깬 남성복브랜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상혁

패션디자이너에는 두 부류가 있다. 옷을 만드는 것만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스스로 입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한상혁(39·사진)은 후자에 속할 것이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내가 어느 남성지의 온라인 리포터로 일하던 2006년 가을이었다. 독립 디자이너가 아닌, 기업이 운영하는 남성복 브랜드의 수장으로는 최초로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한 시절이었다. 당시만 해도 아직 사람들이 ‘남성복의 클래식 복식’ 문화에 대해 대중적인 관심을 갖기 전이었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클래식 복식에 청년 시절의 풋풋함과 직접 겪은 이야기,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댄디함’을 버무려냈다. 한상혁이 만들어낸 옷은 프로페셔널의 결과물이었지만, 그가 애착을 둔 문화에 대한 애정 어린 아마추어리즘도 담겨 있다. 직접 감독한 단편영화를 컬렉션 무대에 올리며 단역배우로 출연하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얘기한 단편만화 작가에게 연락을 취해 만든 애니메이션을 컬렉션 직전 상영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상혁
내가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한 2006년부터 한상혁도 종종 내 피사체가 되었다. 한 브랜드를 짊어진 책임자이자 패션디자이너이면서, 회사원 신분이기도 한 그의 옷차림은 흔히 ‘회사원’ 하면 떠오르는 지루하고 약간 큰 사이즈의 양복과는 거리가 멀다. 부드러운 검정 양가죽에 금색 버클이 박힌 서류가방을 들고, 굵게 직조한 캔버스 면 소재 겨자색 바지를 입고, 노르딕 패턴이 들어간 상아색 니트타이를 맬 줄 아는 멋쟁이다. 컬렉션을 만들 때마다 선보인 보타이(나비넥타이)는 그가 실제로 즐겨 매는 아이템이기도 했고 젊은 남자들이 보타이와 블레이저(금색 단추가 달린 기본형 재킷)에 친숙해진 것에 약간의 자부심도 있다.

그렇다면 한상혁은 어디에서 쇼핑을 할까? 서울에서는 자신이 만드는 옷을 입거나 종종 ‘에스피에이(SPA) 브랜드’(직영 판매점에서 대량생산 제품을 저렴한 값으로 파는 브랜드)에서 옷을 산다. 컬렉션에서 선보인 샘플 의상부터 판매용 상품까지 다양한 옷을 사입고, 에스피에이 브랜드에선 기본 티셔츠나 양말을 사는 식이다. 그 외에는 일년에 몇번씩 있는 정기 출장 때, 주로 들르는 몇 군데의 단골 편집매장에서 쇼핑한다.


홍석우의 스트리트/스마트
그는 옷을 디자인할 때와 입을 때의 원칙이 같다. 항상 ‘바지부터’ 시작하는 것! 디자인할 때의 그는 머릿속 모델에게 어떤 바지를 입힐지, 가느다란 실루엣인지 여유로운 실루엣인지를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셔츠를 생각하고, 어울릴 재킷과 신발을 디자인하고,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액세서리를 정한다. 그런 작업이 이어지면 하나의 스타일이 나오고 그것들이 모여 한상혁 식 옷이 된다. 옷을 입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일어나서 옷장 앞에 서면, 항상 그날 입을 바지를 먼저 고른다. 오늘 입은 겨자색 바지는 여유로운 핏을 가진 복사뼈 정도 길이의 것으로, 두꺼운 직조 방식으로 만들어 컬렉션에 올렸던 것인데 최근 자주 입는다. 코트와 조끼를 무채색으로 통일한 대신 연한 가죽색이 살아 있는 스웨이드 구두와 타이로 힘을 실었다. ‘클래식 패션’ 하면 떠오르는 엄격한 규칙을 비껴가면서, 적절한 변주를 슬쩍 첨가하는 것이 한상혁의 코디네이션이다. 그가 만드는 옷과도 꼭 닮았다.

홍석우 패션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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