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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23 09:40 수정 : 2010.12.23 09:40

온라인 빈티지숍 ‘아프로갓’ 이성식 대표

[매거진 esc] 홍석우의 스트리트/스마트
온라인 빈티지숍 ‘아프로갓’ 이성식 대표

이성식(32)은 남들이 헌 옷이라 생각하는 빈티지 옷과 디자이너 브랜드를 좋아하는, 빈티지 옷 온라인 쇼핑몰의 주인이다. 옷을 구하기 위해 방방곡곡의 구제시장을 뒤지고, 일본 출장을 가고, 심지어 직접 옷을 입고 모델도 한다. 하지만 옷에 처음 관심을 둔 2000년대 초반에는 옷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인터넷도 변변치 않던 시절이었다. 그런 그의 눈을 뜨게 해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군대였다. “연병장에 모인 다양한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고,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구나 하고 느꼈죠.” 제대 직후인 2002년 그는 뉴질랜드로 어학연수를 갔다. 처음 나가본 외국에는, 옷 좀 입는다던 한국 사람들의 ‘규칙’ 같은 것이 없었다. 그들이 입는 옷은 불규칙해 보였지만 그 무질서 속에 어떤 질서가 있었다. 한마디로 ‘문화 충격’이었다. 그 뒤 그는 옷에 인생을 걸었다.

부산이 고향인 이성식이 처음 서울에 가게를 연 것은 2007년 5월이었다. 고향에서 올라온 동생 두 명과 함께, 홍대 입구 쪽에 덜컥 매장을 냈다. 서울보다 더 큰 ‘구제시장’이 발달한 항구도시 부산 출신에겐 예전부터 빈티지 옷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막연한 동경까진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옷이 서울에서 먹힐까?’ 하는 도전 의식이 있었어요. 상대적으로 작은, 부산이란 시장의 한계도 느꼈고요. 더 큰 도시에서 일하고 싶어서 서울로 왔으니, 앞으로 일본처럼 더 큰 목표가 생기면 그곳에서도 도전하고 싶어요.” 매장을 열자마자 젊은 손님들이 가게로 몰렸다. 꼭 옷을 사지 않더라도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는 모임이었다. 지금은 자신의 여성복 브랜드를 만드는 디자이너 여자친구도 그때 처음 만났다. 국내 최초의 ‘스트리트 패션 잡지’라는 타이틀을 단 <크래커 유어 워드로브>의 편집장과는 서로 도움이 필요할 때 달려가는 형·동생 사이가 됐다.

‘왜 더러운 옷을 사 입느냐?’라며 남들이 입던 옷에 편견을 가진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소위 빈티지라 부르는 옷에는 나름의 역사가 있다. “빈티지 옷에는 희로애락이 담겼다고 생각해요. 입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어떻게든 변할 수 있는 옷이기도 하죠.”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점에서, 유행에 맞춘 대량의 기성복이 점령한 지금 시대의 젊은이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다.

그에겐 두가지 목표가 있다. 먼저 획일화된 유행을 바꾸고 싶다. “알록달록한 레깅스에 양말을 신는 것이 전부인 양, 어떤 규칙을 만들고 그런 스타일만 입는 모습도 보거든요.” 그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기보단 자신 같은 판매자들이 다양하고 멋진 옷을 공급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했다. 기부에도 뜻이 있다. “주위에 옷 한 벌 없이 겨울을 나는 어려운 사람도 봤어요. 그냥 할인해서 팔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눈을 돌려보려고요.” 강렬한 스타일과 대비되는 선한 눈매, 그리고 수줍어하는 웃음.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교훈적인 말이 떠올랐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홍석우 글·사진 패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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