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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1.27 14:49 수정 : 2011.01.27 14:49

청춘의 성장통 겪고 있는 ‘패션키드’ 윤승규

[매거진 esc] 홍석우의 스트리트/스마트
청춘의 성장통 겪고 있는 ‘패션키드’ 윤승규

대학생 윤승규(26)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학생 시절, 친구가 만든 온라인 패션커뮤니티에서였다. 그는 열정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혹은 싫어하는 옷에 대해 의견을 쏟아냈고 남들 눈에 띄는 일에 주저하는 요즘 젊은이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 후로 그를 본 것은 디자이너 서상영의 컬렉션장이었다. 수년 전 그곳은, 패션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록스타의 공연장 같은 열기가 있었다. 저마다 가장 아끼는 옷을 입고 까치발로 런웨이를 보는 모습에서 ‘패션키즈’로서의 동질감을 느꼈다. 당시 윤승규는 흔히 바가지머리라 부르는 ‘뱅 헤어’ 스타일에 모조 진주와 온갖 부자재와 소니 헤드폰을 조합해 만든 목걸이를 하고, 가느다란 실루엣의 청바지에 꽤 좋은 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는 눈에 띄었다. 유행에 따라 옷을 바꿔 입는 사람들이야 부지기수이지만 정말 ‘옷’을 좋아해서 파고드는 사람은 드물다. 그는 분명히 후자였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윤승규는 휴학생이 되었다가 복학생이 됐다. 그새 군대도 다녀왔고 머리카락도 짧아졌다. 복학한 학교는 생각보다 적응이 어려웠다. 고학번이 되어 발표수업을 이끌면서 팀 작업의 맹점과 리더십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옷은 여전히 좋아하지만 학생 신분이라 신중한 소비를 하려 한다. 그렇다고 온갖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사 입고 질리면 갈아타는 성격은 아니다. 최근 그는 볼 땐 항상 좋은 옷을 입고 있었다. 여기서 좋다는 것은 스타일만이 아니라 품질이 좋다는 것이다. “한 계절 입고 버릴 옷을 여러벌 사느니, 오래 두고 입을 수 있는 옷을 찾아서 하나씩 사기로 했어요.” 그는 유행보단 ‘좋아하는 디자이너’에 따라 옷을 산다. ‘디올 옴므’와 ‘에이프릴77’(스키니진으로 유명한 프랑스 브랜드) 대신, 장인이 한 땀씩 바느질한 적갈색 구두(왼쪽 사진)

와 가죽 가방을 돈을 모아 사는 식이다. 고교 시절 이후엔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 같던 캐주얼 브랜드에 100년은 족히 된 역사의 구두를 신은 그를 보면, 내가 체험하지 못한 어느 과거 대학 캠퍼스에서 문학과 철학을 논하던 시절의 청년이라면 그와 닮지 않았을까, 상상한다.

청춘의 성장통 겪고 있는 ‘패션키드’ 윤승규

윤승규의 옷차림이 현재와 과거 어느 언저리에 있다고 해도 2011년의 그는 엄연히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에 고민하는 스물여섯 청년이다. 동기들은 여전히 고시 공부와 안정된 직장에 ‘올인’하고 후배들은 남들이 모두 추구하는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린다. 방송사 피디가 꿈인 그는 주위의 발버둥에 괴리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면서도, 요즘 청년들이 너무 상투적인 고민에만 집중하는 건 아닌지 자문한다. “좀더 공부하고 싶어요. 좋아하는 것들을 찾고 보고 소비하는 것도 중요한 공부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더 학교에 머물려고 해요. 도서관에 앉아서 책을 보고 불투명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무언가를 찾는 공부가 요즘 저에게 필요하거든요.”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소설부터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홍상수의 모든 영화부터 ‘모임 별’(byul.org)의 모든 노래를 흥얼거릴 줄 아는 그는, 적어도 내 기준에선 이 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년은 아니다. 그는 남들과 조금 다른 고민을 성장통으로 겪고 있다. 그의 성장통은 어느 정도 희귀한 듯 느껴졌지만 또 묘하게 친근했다.

그는 어떤 것을 걸쳤나? 셔츠-고쉐 / 조끼-폴로랄프로렌 / 정장-꼼데가르송 포 에이치앤엠 / 더플코트-브룩스브라더스 / 넥타이-사이코버니 / 신발-크로켓앤존스 / 가방-캠브리지사첼 / 안경-톰 포드


글·사진 홍석우 패션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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