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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17 10:47 수정 : 2011.02.17 15:20

조은정씨

[매거진 esc] 홍석우의 스트리트/스마트
패션에디터 꿈꾸는 20대 청춘 조은정

지난 12일 토요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복합문화공간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열린 벼룩시장에 갔다가 어떤 이가 눈에 들어왔다. 항상 ‘스트리트 패션’을 찍으려고 사진기를 휴대하는 나에게 포착된 사람은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으로, 큼직한 가죽 라이더재킷에 허리선이 높은 연한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오버사이즈’ 재킷을 입는 여자는 많지만 헐렁한 낙타색 바지에 통굽 샌들과 남자 양말까지 신는 여자는 흔치 않다. 세번째 마주쳤을 때, 사진 찍을 수 있느냐고 말을 걸었다. 햇수로 6년째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찍으면서도 거절당할까 내심 걱정하는데, 그는 흔쾌히 찍겠노라고 했다. “너무 과한 빈티지 스타일보단 약간 여성스러운 요소가 들어간 옷을 좋아해요. 헐렁한 남자옷을 섞어 입는 것도 즐기는 편이에요.” 과연 설명을 들으니 꼭 그런 차림이었다. 그는 서울에 온 지 3개월째인 조은정(24)이었고, 한 패션 잡지의 어시스턴트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옷을 좋아했다. 학창 시절에도 헌옷 가게에서 쇼핑하길 즐겼다. 요즘은 옷 살 기회가 흔치 않지만, 빈티지 옷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 매장에 직접 찾아갈 정도로 좋아한다. 하지만 대학에서의 전공은 동양화였고, 흥미를 느끼지 못해 자퇴도 생각했다. “자꾸 패션 쪽으로 눈이 갔어요. 유학을 가서, 외국에서 한국인 패션에디터로 활동하는 게 꿈이거든요. 무작정 나가보자 마음먹고 뉴욕으로 어학연수를 갔는데, 인생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복학하고선 장학금도 세번이나 받았고요.” 다시 그림에 재미를 붙였지만, 패션을 향한 꿈을 접긴 어려웠다. 대체 패션의 매력이 무엇일까? “물린 답일 수도 있지만, 시도와 변화가 무한히 가능하다는 점이 좋아요. 싫증 나는 법이 없거든요. 사람마다 다른 스타일로 나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재밌어요.”

헐렁한 바지에 통굽 샌들의 조화

그 뒤 졸업반 여름방학 때에는 영국 런던의 센트럴세인트마틴스대학에서 여름학기 수업을 들었다. 졸업 뒤엔 인터넷 쇼핑몰을 했다. 지방에서는 판매가 썩 좋지 않았다. 부산에서 가보지 않은 곳이 없던 그는, 뉴욕과 런던을 거치고서 서울에 왔다. 옷과 패션에 관한 일을 하고 싶었다. 여러 군데에 이력서를 냈고, 곧바로 패션잡지 어시스턴트 일을 시작했다. “어시스턴트는 에디터를 돕는 직업인데, 작은 일을 맡더라도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아요. 직접 원고 쓰고 기획하진 않지만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좋아하는 분야에 한발 더 다가가는 느낌이 들어요. 힘들 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분야를 향해 간다는 생각으로 고된 기분이 싹 잊혀요.”

어리다면 어리고 많다면 많다고 느껴질 나이, 아직 이뤄낸 것은 없지만 조급함이 생기는 나이, 여자의 스물넷이란 그런 시점이다. 아직 자신의 길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순간도 많지만, 본보기로 삼는 패션잡지 <보그-파리>의 편집장, 에마뉘엘 알트처럼 되는 것이 꿈이다. “패션잡지의 에디터들은 수없이 많지만, 그들 가운데 한눈에 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자기만의 색을 갖고 기사를 쓰고 화보를 찍는 거예요. 디자이너에게도 그런 게 있잖아요. ‘저 옷은 누구 옷이다’ 하는 느낌처럼.”

그와 오래 대화하진 않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향해 가는 이들의 ‘공통 언어’ 같은 것을 느꼈다. 그것은 목소리가 아닌 눈빛에 담겨 있었다.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싶고, 혼자 있을 때엔 빨래도 좋아한다”는 그는 의젓한 숙녀로 보이기도 하고, 숫기 없지만 엉뚱한 소녀로 보이기도 했다.

그는 어떤 것을 걸쳤나? 가죽재킷-빈티지 / 카디건-유니클로 / 티셔츠-동대문에서 구매 / 바지-더 센토르 / 신발-더 센토르

글<30FB>사진 패션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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