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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3.17 11:55 수정 : 2011.03.17 11:55

성장통도 즐기는 패션 스타일리스트 김소연

[매거진 esc] 홍석우의 스트리트/스마트

성장통도 즐기는 패션 스타일리스트 김소연

김소연(22)은 특징 있는 얼굴을 가졌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언뜻 아기사슴처럼 보이고,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웃을 때는 예쁘장한 소녀의 모습이 겹친다. 앳된 얼굴의 그는 지난 2년 동안 쉴새없이 일했다. 또래 친구들이 학교 다니고 자격증 따는 동안, 편집매장 직원으로, 또 패션과 방송을 넘나드는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로 일했다. 그리고 지금 그는 프리랜서 스타일리스트이다.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할까요? 해보고 싶은 것들이 여전히 많아요.”

학창시절에는 착한 딸이자 모범생이었다. 공부도 꽤 했다. “집, 학교, 학원, 운동이 전부였어요.”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어머니께서 의상디자인실에 계셨어요. 어려서부터 어머니 장롱 안에는 정말 다양한 옷이 많았죠. 아침마다 장롱을 열기 바빴어요. 개학 전날 밤에는 어떻게 입어야 할지 고민하다 늦게 자곤 했죠.” 대학에 갈 때 그는 부모님께서 원하는 대학을 가되 의상디자인을 전공하겠다는 일종의 거래를 했다. 수능 운은 조금 나빴다. 원하는 대학은 포기했지만 재수할 마음은 없었다. 다른 대학을 장학금 타서 1년을 다니곤 자퇴한 뒤 편집매장에 들어갔다. 학교 안이 아니라 바깥에서 배우고 싶었다. 그에겐 파격적인 선택이었지만 자연스러운 길이기도 했다.

편집매장을 그만두고 스타일리스트의 어시스턴트가 된 것은 평소 매장에 자주 오던 스타일리스트의 권유였다. 극기훈련에 가까운 수면부족과 체력고갈이 일상이었지만 뮤직비디오 작업만큼 보람찬 일도 없었다. 몇 주 전부터 의상 시안을 구상하고, 밤새 준비하고 밤새 촬영했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죽을 것만큼 힘들었는데 이번에도 했다!’ 하면서 실장님들과 환호성을 질렀어요. 살면서 과연 몇 명이나 그런 쾌감을 느껴봤을까 생각하면 행복할 때가 있어요.”

지난 2년 동안의 다양한 경험은 그를 성장하게 했다. 독립한 뒤에는 정신적인 성장도 뒤따랐다. “결과물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저를 보고 도와주시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이 생겼어요. 책임감, 신뢰, 새로운 것 또는 잘못된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 순간의 임기응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끈기를 배우고 있어요. 프리랜서가 된 1년 사이 더 많이 느낀 부분이죠.”

그에겐 두 명의 친구가 있다. 한 명은 그래픽디자인을 하는 이하정이고 한 명은 의상디자인을 공부하는 이유리이다. 그들은 앨범 재킷을 디자인하거나 이름도 생소한 독립잡지의 스타일링을 하고 종종 잡지와 화보 모델이 되기도 한다. 서로의 작업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나태해지면 자극도 준다. 이유리와는 블로그(werestrike.blogspot.com)도 만들었다. 서로의 작업과 생각을 올리는 공간이다. 친구들은 그와 비슷한 곳을 보면서도 다른 꿈을 공유하는 존재다.

벌써 봄이 온다. 2011년의 시간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잘만 흐른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을 잡지 못해서 조바심을 내곤 했어요. 올해는 무엇이 되고 싶다기보단,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 자체가 목표예요.” 물론 김소연도 20대의 불안한 꿈에 대해 고민한다. 조금 다른 점은 그가 궁극적인 무언가를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남들이 하니까 얼떨결에 하는 게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싶어졌어요.” 진정성이란 단어를 말하는 커다란 눈 속에선 일말의 불안도 보였지만, 그것 또한 성장통일 것이다.

글·사진 패션칼럼니스트

◎ 그는 어떤 것을 걸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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