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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14 11:00 수정 : 2011.04.14 11:00

패션모델 남보라씨

[매거진 esc] 홍석우의 스트리트/스마트
간결한 스타일 잘 어울리는 패션모델 남보라

남보라(25)는 경력 7년차 패션모델이다. 친구의 친구였던 스타일리스트가 눈여겨보고 모델로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한 것이 시작이었다. 평소 옷과 패션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던 그가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하는 셈치고 이 길로 들어선 게 2005년의 일이다. 패션모델은 패션을 구성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이다. 사진가와 편집자가 만든 이미지로 사람들을 만나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사체로서 존재하는 모델은 직접 무얼 만들지 않기에 어느 정도 수동적인 직업이다. 경력이 오래돼도, 매번 컬렉션에 서거나 광고를 찍을 때마다 오디션을 본다. 그래서 종종 모델은 말 그대로 모델일 뿐이라는 회의도 들었지만 비교적 어린 나이에 사회에 뛰어들어 많은 어른을 만나면서 학교는 가르쳐주지 않았던 진짜 지식도 배웠다. 모델이란 직업은 성격마저 바꿀 정도로 그의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어느 정도 경력이 쌓였을 무렵, 공부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모델은 젊음이 사그라지면 조금씩 내리막을 걷는 직업이고 패션 분야에 어느 정도 가벼운 모습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회의도 들었다. 전환점이 필요했다. 그가 찾은 해답은 ‘그림’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그림을 그렸지만 디자인학과에 가고 싶어서 입시 미술을 했을 뿐이었다. 예술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피카소나 마티스처럼 격정적인 삶을 보낸 예술가의 모습을 책과 영화로 보면서 그들과 동시대에 살았다면 즐거웠으리라 생각했다. 진지하게 그림을 그리겠다고 결심한 것은 불과 3년 전 일이다. 그는 일요일에도 촬영 일정이 잡혀 있는 모델이면서 평일에는 학교 작업실에서 그림과 싸우며 많은 시간을 보내는 예술학도가 됐다. 사람들은 보통 예술가들이 감성적이거나 즉흥적이라 생각하지만 지금의 그는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지성과 이성처럼 필요하지 않아 보이는 사고를 그는 그림을 그리며 생각하게 됐다. 혼자 묵묵히 창조하는 작업에 고통스러울 때가 잦은 것은 그런 생각을 불어넣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패션모델 남보라씨
남보라는 무인양품(無印良品)의 스몰 사이즈 셔츠와 단정한 트렌치코트, 간결한 아크네(Acne)의 청바지와 티셔츠를 좋아한다. 화려한 디테일 없는 정직한 디자인의 옷은, 마치 그를 위해 만든 것처럼 잘 어울린다. 하지만 옷을 자주 사고 무엇인가를 꼭 손에 넣어야 했던 예전의 그는, 지금 없다. 그래서 그와 만나면 패션 얘기만 하진 않는다.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부터 사회나 정치까지 다양한 주제를 나눈다. 종종 패션에 꽂힌 이들을 만나면 그 외의 것들엔 무관심한 경우도 많은데, 그는 꽤 현실 참여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1년여 전부터는 ‘오보이’(Oh!Boy)라는 독립 패션잡지의 에디터 일도 한다. 패션에 기반을 두면서도 동물복지와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잡지의 에디터로 일한다는 것은, 재밌지만 수동적인 부분이 있는 모델 일과 고통스러우면서도 자기 길이라 느끼는 그림 그리는 일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지금보다 어릴 때, 그는 하고 싶은 일이 수십 가지는 되는 사람이었다. 이제 그는 하나라도 실천하고 또 잘하고 싶어 한다. 잡지의 에디터로서 목소리를 내는 데 참여하고, 모델로서 이미지를 만든다. 무엇보다 좋은 작업을 하는 좋은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이 있다. ‘좋은 그림이란 어떤 그림일까?’ 하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을 맴돈다. 그의 차분한 눈매와 얼굴선을 마주하니 훗날 어떤 작업을 보여줄까 궁금해졌다. 주말의 햇살과 봄바람은 싱그러웠다.

글·사진 홍석우 패션칼럼니스트

그는 어떤 옷을 입었나? 트렌치코트-무인양품 / 티셔츠·청바지-아크네 / 신발-피에르 아르디 / 클러치- 토크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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