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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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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심정희의 스타일이 있는 TV
2AM이 요즘 부르는 두 노래, ‘미친듯이’와 ‘전활 받지 않는 너에게’에 격하게 공감하는 사람으로서 두 곡의 뮤직비디오에는 불만이 좀 있다. 두 곡은 모두 원하지 않는 이별을 맞은 남자들의 이야기다. 2AM ‘청년’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미친 듯이 눈물이 나, 이러다 나 무슨 일 날 것 같아”라거나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전화기를 보고…너의 문자인지 몇 번씩 확인하곤” 한다고 노래하는 걸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이 노래는 2AM 노래가 아니라 내 노래가, 이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은 조권이나 슬옹이 아니라 내(혹은 내 옛 남자친구)가 된다. 내가 두 곡의 뮤직비디오를 볼 때마다 화가 나는 이유 또한 거기에서 비롯되는 것 같은데, 뮤직비디오 속에서 2AM 청년들 꼭 그렇게 멋을 내야만 했을까? 이별을 통보받은 남자가 “나, 눈물 너무 많이 흘려서 이러다 죽을지도 몰라”라고 하면서 슈트를 뻑적지근하게 차려입은 다음 나비 브로치로 옷깃을 장식하고 있다면 나는 좀 서운할 것 같은데…. 어떻게든 이야기 한번 나눠보려고 집 앞에 서서 나를 기다리는 남자가 가죽 끈으로 코트 위를 장식한 것으로도 모자라 군데군데 옷 색깔과 대비되는 천조각들을 꽂아 장식했다고 생각하면 ‘뭐야? 나랑 장난해?’ 하는 생각이 들 것 같고. 얼핏, 요즘 10대나 20대는 멋내기와 이별에 시크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 코르사주 꽂고 아이라인 그린 상태로 슬퍼하는 남자를 이해 못 하는 건 나 하나가 아닐까 하는 노파심도 든다. 그럼에도 우리 가요계가 시각적인 것들이 뮤지션의 상품성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라는 사실은 간파했지만, 대부분의 고민과 시도들이 댄스 음악에만 치중되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혹은 지워지지 않는다. 2AM쯤 되면, ‘발라드 가수는 깔끔하게만 입으면 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노래에 담긴 정서를 옷으로도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블랙&화이트 슈트 입고 거기에 이런저런 장식 다는 대신 차라리 성글게 짠 니트 같은 걸 입었으면 어땠을까? 옷에 어울리는 브로치를 고를 줄 아는 스타일리스트는 충분해졌지만, 어느 뮤지션, 어느 앨범의 전체 이미지를 총체적으로 고민하는 사람의 수는 여전히 부족한 게 아닐까? 이 누나는 그게 불만이고, 걱정이다. 심정희 <에스콰이어> 패션 에디터·<스타일 나라의 앨리스> 저자 [한겨레 주요기사]■ 대통령 한마디에…“면책특권 손질을” 바빠진 특임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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