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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의 추레한 벤치마킹.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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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심정희의 스타일이 있는 TV
<매리는 외박 중>을 보고 있노라면 문근영의 프로필을 검색해보고 싶어진다. ‘도대체 몇 살이야?’가 맨 처음 드는 생각. ‘키가 몇이야?’, ‘체중이 40㎏은 되는 거야?’ 같은 궁금증이 그 뒤를 잇는다. 한마디로 이 드라마에서 문근영은 순정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여주인공만큼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아, 볼륨을 조금만 크게 하면 귀가 따가워지는 목소리는 논외로 하자. 이 지면은 스타일만 논하기에도 짧으니까. 처음 매리를 봤을 때, 나는 확신했다. 매리의 스타일이 일본 영화 <허니와 클로버>의 여주인공 ‘하구’(아오이 유)를 벤치마킹하고 있음을. 이것저것 많이 껴입는 걸 좋아하고(레이어드 룩), 꽃무늬 원피스나 할머니 옷장에서 꺼낸 듯한 카디건 같은 빈티지 아이템을 즐긴다는 점에서 매리는 분명 하구와 닮은 점이 있어 보였다. 그런데 거기서 불만은 시작됐다. 빈티지 스타일을 즐기지 않는 사람조차 따라해 보고 싶게 만들던 하구에 비해 매리는 너무 촌스럽다. 벤치마킹하는 건 좋은데 좀더 그럴싸하게 할 수는 없었을까? ‘도대체 매리의 문제가 뭘까?’를 고민해봤는데 아이템 하나하나에도 문제가 있지만 (진짜 빈티지와 빈티지인 척하는 새 옷은 분명 느낌이 다르다. 다양한 나라, 다양한 시대의 진짜 빈티지를 섞어 입었던 하구와 달리 매리는 빈티지인 척하는 새 옷들을 입고 다니니 어색할 수밖에…) 가장 큰 원인은 컬러 매치인 것 같다. 어차피 귀엽고 사랑스러운 스타일로 방향을 정했다면 헤어스타일처럼 옷도 좀더 샤방샤방한 컬러들을 섞어 입었다면 좋았잖아? 지금처럼 칙칙한 컬러들을 섞어 입을 게 아니라…. 하구처럼 노란색, 녹색, 빨간색 자유롭게 섞어 입으면 얼마나 좋아? 빈티지 룩의 가장 큰 함정은 ‘옛것’의 정취를 살리려다 자칫 초라하고 추레해지기 쉽다는 것인데 우리 불쌍한 매리는 그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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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희의 스타일이 있는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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