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비에스 제공
|
[매거진 esc] 심정희의 스타일이 있는 TV
<시크릿 가든> 초반부에서 현빈이 스팽글 ‘추리닝’을 입고 등장했을 때, 내가 씨익 웃으며 “짜아식, 의리는 있어 가지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는 사실을 그는 알까? 물론 알 리 없겠지. 우리는 한때(연기자로 데뷔하기 전 모델로 잠깐 활동할 때) 마주 앉아 김치찌개를 먹던 사이지만 그는 내 이름조차 잊었을지 모르니까. 아니, 서로 연락이 끊어진 지는 오래지만 혹시 알게 뭐람. 그가 목걸이며 팔찌 같은 장신구를 자기에게 채워줄 때마다 수줍어서 볼이 발그레해지곤 하던 ‘초짜’ 에디터를 아직도 기억하고, 매달 그녀가 쓴 기사들을 탐독하고 있을지….
밑도 끝도 없는 소리는 이쯤에서 접고…. 현빈의 추리닝을 보면서 ‘의리’라는 단어를 떠올렸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몇 달 전 나는 ‘트레이닝복은 이제 더 이상 트레이닝복이 아니다’라는 요지의 기사를 썼다. “재기발랄한 디자이너와 스포츠 브랜드들이 손을 잡고 ‘추리닝’이라 부르기에는 아까울 만큼 독특한 디자인의 트레이닝복이 속속 출시되는 상황인바, 언젠가 어느 배우는 추리닝을 입고 칸의 레드카펫을 밟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였는데 그 기사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빈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스팽글과 호피무늬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등장했으니 내가 들떴던 게 밑도 끝도 없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어쨌거나 <시크릿 가든>의 현빈을 보는 재미로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애써 억누르며 살아가는 게 요즘 나와 내 주변 여자들의 일상. 그나저나 (현빈이 나를 잊지 않고 내가 쓰는 기사를 꼬박꼬박 챙겨 읽을 거라 믿고) 걱정되어서 묻는 건데 빈아, 너 살 너무 빠진 거 아니니? 턱으로 무도 썰겠더라, 얘. 날렵해서 멋있긴 한데, 네크라인이 어정쩡한 옷 입으면 턱이 너무 길어 보인다는 건 기억하렴.
|
심정희의 스타일이 있는 TV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