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2.30 11:56
수정 : 2010.12.3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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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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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심정희의 ‘뜨끔한’ 스타일이 있는 TV
이 원고를 쓰려고 준비하던 중 잊고 있던 꿈 하나를 기억해냈다. 언젠가 <개그콘서트> 출연진 모두를 멋지게 스타일링해주고 싶다는 꿈. 한창 ‘달인’에 빠져 있던 1년 전쯤 검은색 슈트와 셔츠에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나오는 류담이 안쓰러워 시작된 꿈이었는데 그런 꿈까지 품어놓곤 한동안 그들을 잊고 살았다. 정말이지 티브이를 켤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사는 동안 2010년 한해가 흘러가 버렸으니까. <개그콘서트>를 다시 생각하게 된 건 순전히 이 지면을 담당하는
기자의 메일 덕. ‘아주 웃겼던 옷차림을 기억에서 건져내 써달라’던 메일을 읽음과 동시에 나는 <개그콘서트>를 떠올렸다. 거기에 ‘웃긴 옷차림’이 있을 리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리고 그날 ‘두분 토론’의 김영희를 처음 보았다. ‘여당당’의 김영희 대표는 보라색 재킷과 겉옷보단 다소 짙은 색상의 블라우스를 입고 두꺼운 뿔테 안경을 낀 채 마이크 앞에 앉아 있었는데 1990년대 초의 어느 날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그 옷차림은 뉴스나 현실에서 내가 보아온 그 어떤 여성단체 대표의 차림새보다 그 직함에 어울렸다. 마침 그날의 토론 주제 또한 남녀의 패션이었는데 김영희 대표의 한마디 한마디 또한 정문일침, 그 자체였다. 특히 그녀가 검은색 패딩에 스키니 진을 입은 남자 사진을 들며 “너네들 다 하체 비만이야?” 했을 때나 비니를 머리 위에 올려놓듯이 살짝만 쓴 다음 “요라고 있다. 요라고 있다” 할 때는 웃는 걸로 부족해 눈물까지 찔끔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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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희의 ‘뜨끔한’ 스타일이 있는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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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우리 주변에서 늘 볼 수 있는 광경인 그 대사와 장면이 그토록 나를 웃겼던 건, 그 바닥에 주변을 둘러보는 시선과 관찰력이 전제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바쁘게 산답시고 주변을 살피는 데는 소홀한 채 입으로만 떠들어댄 1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제 몇몇 개그맨들은 스타일리스트 도움 없이도 역에 딱 맞는 옷을 골라 입을 줄 알고, 패션기자보다 더 정확한 눈으로 웃기는 옷, 이상한 옷차림을 관찰해 사람들의 공감을 산다. 이건 놀랍고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서운 일. 아아, 패션기자 명함이 부끄럽지 않도록 내년엔 티브이를 열심히 봐야지. 주변 사람들과 길 가는 사람들도 잘 관찰해야지. 이렇게 다짐하는 동안 또 한해가 간다.
<에스콰이어> 패션에디터·<스타일 나라의 앨리스>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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