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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1.20 15:19 수정 : 2011.01.20 15:19

윌북 제공

[매거진 esc] 심정희의 스타일 액츄얼리

어릴 때,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어떤 직업을 갖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박사도 좋지만 청소부도 좋은 직업이다. 그리고 어떤 직업을 갖든 거기서 최고가 되면 어딜 가나 대접받는다.” 거짓말이거나 당신 자식이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업을 갖기엔 틀렸음을 일찌감치 알아챈 아버지의 자기위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스콧 슈먼을 보니 알겠다. 그 말씀이 진리였음을.

스콧 슈먼은 ‘사토리얼리스트’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같은 제목의 책(사진)까지 내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스트리트 패션 사진가다. 말 그대로 길에서 옷 잘 입은 사람을 찾아 사진을 찍는 사람이니 폼 나는 직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최고의 시설을 갖춘 스튜디오에서, 영화 촬영 못지않게 거대한 팀을 꾸려 ‘선생님’ 소리 들으며 작업하는 유명 패션 사진가들이 세상엔 넘쳐나니 말이다. 그러나 얼마 전 그가 한국에 왔을 때, 스콧 슈먼이 한국에서 포착한 ‘사토리얼리스트’(멋지게 옷을 차려입은 사람)가 누구냐를 놓고 내 주변, 옷에 별 관심이 없어 보였던 사람들조차 관심을 갖는 걸 보면서 나는 이제 스콧 슈먼이 스티븐 마이젤이나 머트&마커스(내로라하는 패션 사진가들) 못지않게, 어쩌면 그들보다 훨씬 더 ‘대접받는’ 사람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성공의 요소는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일이 아니라, 트렌드의 변화를 끝없이 예측하면서 거기에 자신을 맞춰 가는 일도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을 꿋꿋이 밀고나가는 고집과 자기만의 철학이라는 사실도.

스콧 슈먼이 내게 준 깨달음은 옷입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사토리얼리스트’ 책과 블로그 속에서 멋진 자태를 뽐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트렌드 따위 상관없어’라고 온몸으로 말한다. 누군가의 눈에는 촌스럽기 그지없고, 어떻게 보면 우스꽝스럽기도 한 옷을 입고도 카메라 앞에 서서 당당하게 자세를 취하는 사람들. 그들을 그토록 당당하고 멋스러워 보이게 만드는 건 트렌드에 부합하는 옷이 아니라 그들의 고집과 철학이다. 그러니 스콧 슈먼에게 찍히고 싶은 사람들이여! (그는 조만간 또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무턱대고 새 옷을 사러 나서기에 앞서 자신의 스타일 철학을 먼저 세울지어다. 진부하지만 이것이 진리니라~.

<에스콰이어> 패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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