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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10 13:49 수정 : 2011.02.10 13:49

한국방송 <콘서트 7080> 화면 갈무리.

[매거진 esc] 심정희의 스타일 액츄얼리

지난 주말 <콘서트 7080>에 나온 민해경씨를 보다가 동생이 말했다. “다 좋은데 왜 바지는 안 입고 나왔대?” 긴 치마와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노래하는 여가수들이 판을 치던 시절에 남자 못지않은 카리스마로 좌중을 압도하는 그녀를 보면서 ‘나도 저런 여자가 될 테야!’ 다짐했던 나는 그녀를 옹호하기 위해 ‘패션 기자’라는 직업을 이용해야만 했다. “야! 니가 몰라서 그렇지 저 옷은 원래 저렇게 입는 거야.” 그녀가 입고 나온 길이가 긴 셔츠와 레깅스 차림으로 말할 것 같으면 ‘국민 일상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니 내 말도 틀린 건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어색한 것도 사실이었다. 국민 일상복을 입고 그토록 카리스마 넘치는 춤을 추다니, 그렇게 강렬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쏘아보다니!

뒤를 이어 나온 박남정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전성기 때와 다름없는 춤동작은 잠시 우리를 그 시절로 데려다 주었으나 요즘 쇼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동시대적인’ 옷차림에 길들여진 ‘옷을 보는 눈’은 어색함을 이기지 못해 땀을 삐질삐질 흘려야 했다.

“배철수도 옛날 사람이고 박남정도 옛날 사람인데 왜 박남정만 이상하지? 배철수 아저씨는 오히려 요즘이 더 멋있잖아.” 동생 눈에도 박남정의 나이에 비해 너무 어린 얼굴과 어정쩡한 주름이 발목을 휘감은 청바짓단, 길이가 긴 청바지에 매치하기엔 발등이 너무 높은 운동화가 어색해 보였나 보다.


심정희의 스타일 액츄얼리
누구에게나 빛나는 시절이 있지만, 그 시절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생겨났을까. 그러나 가장 빛나는 시절만큼은 아니어도 세상의 변화와 흐름에 따라 자신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어느 시절에나 자기 나름의 빛을 내는 일은 가능할 것이다. 요즘의 배철수가 1980년대의 배철수보다 더 멋있는 건 송골매 시절에 머물지 않고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기 때문일 테니까. 패션 잡지에서 말하는 ‘트렌드’를 따라 살라는 이야기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이건 삶의 태도에 대한 얘기. 자기의 스타일을 지키되 세상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살다 보면 옷차림은 그에 따라 자연히 변하게 되어 있다.

<에스콰이어> 패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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