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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3.10 11:10 수정 : 2011.05.17 17:42

‘나는 가수다’의 가수 백지영. 문화방송 제공

[매거진 esc] 심정희의 스타일 액츄얼리

‘나는 가수다’라는 <일밤> 코너의 예고를 처음 보았을 때, 맨 먼저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백지영에 대한 염려였다. ‘이소라와 경쟁한다고? 박정현과 김건모 사이에 끼어서 노래한다고? 게다가 서바이벌인데?’ 백지영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말리고 싶었다. ‘총 맞은 것처럼’을 비롯해 그녀의 노래는 내가 힘들 때마다-좀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남자한테 차였을 때마다-나를 위로해주었지만, 백지영만큼 듣는 이의 마음에 와닿게 노래하는 가수가 흔치 않다는 걸 알지만, 그래서 더 말리고 싶었다. 이소라·박정현·김건모 등이 날 때부터 악보 읽는 법을 알고 태어난 사람들처럼 느껴지는 것과 달리, 백지영은 가슴이랄까, 가슴에 맺힌 한으로 노래를 하는 사람으로 느껴졌으니까. 그리고 나는 그녀를 편애하니까.

그러나 방송이 시작되고 이소라와 정엽의 뒤를 이어 백지영이 무대에 섰을 때, 나는 그런 걱정이 쓸데없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노래도 노래지만 그녀가 입은 검은색 저지 드레스 덕분이었다. V자 형태로 가슴이 깊게 패어 있고 전체적으로 몸을 자연스럽게 감싸는 검은색 랩(Wrap) 드레스는 그녀의 섹시한 매력을 한껏 고조시키는 한편으로 고급스럽고 우아한 기품을 발산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풀어내린 헤어스타일이나 눈만 강조한 메이크업 또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허스키한 목소리로 거침없는 말들을 쏟아내던 백지영을 잊게 할 만큼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그런 모습으로 노래하는 백지영을 보고 있노라니 어느 토크쇼에 나와 “저녁 약속은 절대 잡지 않는다.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하는 것 또한 무대에 서는 사람으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하니까”라고 자신 있게 말하던 패티김이 떠올랐다.

‘나는 가수다’의 첫회. 이소라도 박정현도 노래 하난 기가 막히게 부르더라. 록 밴드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하기 위해 수많은 히트곡을 제쳐두고 생소한 노래를 선택한 윤도현도 멋졌고, 관록 있는 선배답게 노래를 노래로서 즐기는 김건모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그러나 자신을 연출한 센스를 놓고 순위를 정한다면 1등은 누가 뭐래도 백지영이었다.(내게 이 부분을 심사할 권한이 주어진다면 2위는 김건모, 3위는 정엽에게 주겠다. 미안하지만 꼴찌는 박정현. 노래는 나무랄 데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무대에 선 그녀의 모습은 프로페셔널한 가수보다는 노래 잘하는 성가대 단장에 가까워 보였다.)

이제 겨우 첫 회가 방영되었을 뿐이건만 ‘나는 가수다’는 단번에 가장 주목받는 예능 프로그램의 자리에 올랐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관점에서 온갖 걱정과 기대를 쏟아내고 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 프로그램에 적지 않은 기대를 걸고 있는 쪽인데 그 가장 큰 이유는 ‘가수’라는 직업에 대해, 그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프로페셔널한 자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나는 이제 더 이상 백지영을 걱정하지 않는다. 무대에 서는 사람으로서, 시청자로 하여금 보는 즐거움을 주는 데 있어서 그녀야말로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한 사람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은 까닭이다.

<에스콰이어> 패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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