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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길, 실험과 도전
2부 중국을 흔드는 7가지 변화 ① 정치개혁
‘행정 3분제’는 자리 나눠먹기로 끝나고정부기능 시민단체 이양도 구호로 그쳐
성공한 시장경제-정치 괴리감 더 커져 홍콩과 이웃한 중국의 ‘경제개혁 1번지’ 광둥성 선전, 끊임없이 도시의 풍경을 바꾸며 올라서고 있는 화려한 고층빌딩 숲은 욱일승천하는 중국의 경제적 힘을 상징한다. 중국 경제성장의 선두주자 선전이 ‘정치개혁 1번지’로 변신할지가, 중국 미래 30년의 변화를 보여줄 리트머스 시험지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8월 말 ‘선전경제특구 수립 30주년’을 앞두고 선전을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일정 막바지 선전시 박물관을 찾아가 덩샤오핑의 동상에 헌화하고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정치체제 개혁의 보장이 없으면 경제체제 개혁의 성과도 잃어버리게 된다.” “개혁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르는 길밖에 없다.” 30년 전 중국 자본주의 실험이 시작된 선전에서의 이 발언은 1989년 천안문(톈안먼) 민주화 시위와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완전히 멈춰섰던 중국 정치개혁 논의를 24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특히 선전시가 정치개혁의 일환인 ‘행정개혁’을 대대적으로 추진중이어서 기대는 더욱 높았다. 선전시는 2009년부터 행정기구를 간소화하는 ‘대부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도록 관료기구를 정책 결정-집행-감독 기능으로 나눠 운영하는 ‘행정 3분제’, 정부 기능의 일부를 비정부기구에 넘겨 시민사회를 활성화하는 이른바 ‘3대 행정개혁’을 대대적으로 추진한다고 선전해 왔다. 선전시는 기존 46개 시정부 부처를 지난해 말까지 31개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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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시장경제 실험이 시작된 ‘선전특구 수립 30주년’을 기념하는 대형 기념물 앞을 지난달 2일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가 선전에서 정치개혁을 강조한 뒤, 선전이 정치개혁 특구 역할을 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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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비정부기구 활동가들이 느끼는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선전의 노동자 지원단체 관계자들은 규정이 너무 까다로워 비정부기구로 등록하는 것이 실제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업으로 등록해 세금을 내야 하고 활동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한다. ‘행정개혁 1번지’ 깃발을 높게 들었던 선전이 부딪친 고민은 중국 정치개혁의 난제를 보여준다.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중국 사회가 다원화하고 복잡해지면서 당이 사회 전 분야를 통제하는 정치 시스템과 시장경제 시스템의 괴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 지도부도 당내 민주화와 관료기구 개혁, 특히 국민들의 분노가 집중되고 있는 고위 간부들의 심각한 부정부패에 대한 견제, 공정한 사법시스템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한다. 현재 중국의 상황은 더는 정치개혁을 미룰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고 중국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치전문 기자인 마링은 12월 홍콩 <명보 월간>에 기고한 글에서 “정치개혁은 5세대 지도부를 봐야 한다”며 “시진핑 부주석이 2012년 중국 지도자 자리를 물려받게 되면 정치개혁은 더 이상 회피해 갈 수 없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산당 권력 유지’의 절대 명제를 유지하면서 서구와는 다른 해법을 찾겠다는 난제를 풀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중국의 정치개혁이 근본은 건드리지 못한 채 형식적인 행정개혁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선전대학의 천원 박사는 “정치개혁은 기존 이익을 조정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한순간에 이뤄질 수 없다. 누구도 스스로 권력을 놓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개혁으로 기존 권력을 잃게 될 이익집단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선전은 벌써 그 지난한 과정을 예고하고 있었다. 선전/글·사진 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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