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7.28 12:54
수정 : 2011.07.28 13:04
프랑스에서 보낸 맛있는 여름…바캉스의 추억

여름이 되면 프랑스인들은 바캉스를 간다. 바캉스(vacances)의 원뜻은 ‘비우다’이다. 1년에 유급휴가가 두 달인 프랑스인들은 그중 한 달을 여름휴가에 사용한다. 이들에게 휴가는 충전을 의미하기에 경치 좋은 곳에서 먹고 놀고 쉬며 느린 시간을 보낸다. 휴가를 누가 더 잘 보냈느냐는 누가 더 많이 잘 태웠느냐로 판가름이 날 정도로 ‘선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해변에 가도 물속보다 모래사장이 더 복잡하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뒤 처음으로 자동차가 생긴 기쁨을 우리 부부는 바캉스로 누렸다. 경비를 절감하려고 숙소를 캠핑장으로 정하고 파리를 떠나 남프랑스, 스위스, 독일 등을 열흘간 돌았다. 저녁이면 텐트 치고 밥해 먹고 아침엔 이슬 털어내며 짐을 싸고, 낮에는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엄청난 노동을 하고 다녔던 것이다. 그때 놀랐던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캠핑장의 위치이고 둘째는 휴가 온 사람들의 일상이었다. 가장 저렴한 숙소인 캠핑장은 하나같이 경관이 수려한 명당에 있었다. 호텔이나 콘도가 들어설 곳에 캠핑장이라니 황송할 지경이었다. 또 하나는 휴가 온 사람들이 도통 돌아다니지를 않는 것이다. 본인의 집에서 휴일을 지내기라도 하는 양 밥 먹고 책 보고 산책하고 비치 타월 들고 해변에 나갔다 오는 게 전부인, 어제 같은 하루를 한 달간 즐기는 것이다.
한국이나 프랑스나 주부는 휴가지에서도 먹는 것이 걱정이다. 가장 많이 간택되는 메뉴는 남성의 힘이 필요한 바비큐. 도시의 아파트에선 피워보지 못한 숯불을 피우고 와인잔을 기울인다. 고기보다는 생선을 선호하는 우리 부부가 즐겨 한 요리는 매운탕이다. 해변을 돌다 보니 신선한 해산물을 파는 난전을 쉽게 만나게 되고 왠지 갓 잡았을 것 같은 생각에 꼭 사고야 만다. 그런데 앞뒤 좌우가 트인 캠핑장에서는 된장, 고추장 쓰기가 민망하다. 토마토소스로 국물 맛을 내고 밥을 말아 먹거나 빵에 찍어 먹으니 그럴싸했다. 나중에 보니 남프랑스 바닷가 지방에서 즐겨먹는 ‘부야베스’라는 음식과 닮아 있었다. 이 음식은 복잡하다. 사골 우려내듯 생선을 오래 삶은 뒤 살만 으깨 국물을 만들고, 다시 신선한 생선을 넣고 끓인다. 걸쭉한 국물은 수프 그릇에 담고, 생선은 뼈를 발라 접시에 따로 차려낸다. 여기에서는 간편 버전으로 소개한다.
|
부야베스(4인분)▶ 재료 | 감자 3개, 양파 1개, 토마토 3개, 캔 토마토 홀(스파게티 소스재료 중 하나) 150g, 마늘 3쪽, 셀러리 1대, 올리브오일 4Ts, 화이트 와인 200ml, 사프란 1ts, 월계수 잎 3장, 소금 후추 조금씩, 생태 혹은 대구 등의 흰살 생선 1kg, 새우 200g, 조개 200g ▶ 만드는 법 | 1. 생선은 5~7cm로 토막 낸다. 감자는 1cm 굵기, 셀러리는 5cm 길이, 양파는 1cm 굵기로 썬다. 마늘은 납작하게, 토마토는 깍뚝 썬다. 2. 냄비에 올리브오일을 뿌리고 채소를 넣어 볶은 다음 생선과 해물을 넣고 뒤적인다. 센 불로 해야 해물에서 물이 나지 않는다. 3. 2에 화이트 와인을 부어 잡내를 날리고, 사프란과 토마토 캔 소스를 넣은 뒤 월계수 잎을 넣는다. 4. 생선에 물이 찰랑찰랑 잠길 정도로 부어 끓인다. 불을 줄여 20여분 더 끓인 뒤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다.
|
|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