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8.11 11:31
수정 : 2011.08.11 11:31
문영화·김부연의 그림이 있는 불란서 키친
프랑스 파티 안 거창해도 아이는 신나고 엄마는 감동 먹어
어느 날 아이가 생일잔치에 초대를 받았단다. 동양인이라 인종차별이라도 받으면 어쩌나 걱정을 안고 사는 우리에겐 가슴의 덩어리를 잠깐 내려놓을 반가운 소식이었다.
아이가 처음 초대를 받았을 때 기억이 난다. 초대한 집의 엄마와 얘기를 나누는데, 이리 와 앉으시라든지 차 한잔 하시겠느냐는 말조차 없었다. 사는 것을 보아하니 웬만한 것 같은데 사람 접대하는 법도는 당최 모르나? 그러는 동안 다른 아이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만 집 안으로 들어오지, 엄마들은 대문에서 가버리거나 혹은 현관까지 데려다 주고 몇 마디 인사만 건네고 각자 제 갈 길이다. 생일파티는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것이라 부모는 참석하지 않는다.
멀리 떨어진 동네로 이사를 간 아이의 반 친구가 생일 초대를 한 것인데, 워낙 친하게 잘 지냈고 그 엄마와도 왕래하며 지내던 사이여서 그랬는지 나까지 함께 초대를 한 것이다. 아이에게 줄 선물로 좋은 브랜드의 파란색 스웨터를 사서 정성스레 포장했다. 본격 놀이에 앞서 선물 개봉 시간. 파란색 스웨터를 제외한 나머지 선물은 모두가 장난감이었다. 장난감은 그저 슈퍼에서 파는 일반적인 것들이었고 아이는 하나하나 개봉할 때마다 “와!” 기분 좋은 비명을 질렀다. 파란색 스웨터는 무안하지 않을 만큼의 대우를 끝으로 찬밥이었다.
주인공의 엄마는 그날 진행자가 되어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몇 가지 게임을 준비했다. 말을 하지 않고 몸으로 표현해 사물 이름 맞히기, 줄에 과자를 매달아 입으로 따 먹기, 코끼리 코로 5바퀴 돌고 물건 가져오기 등 몸을 움직이는 일반적인 놀이였다. 아이들은 배를 잡고 깔깔거리며 바닥을 뒹굴고 한바탕 논다. 그렇게 놀이가 끝나면 거실 한쪽에 준비된 간식을 먹는데 그저 슈퍼에서 산 간단한 과자 몇 봉지와 음료수뿐이었다. 아이의 입장이 되어 하루를 지낸다.
멀리서 온 내게 차라도 한잔하고 가라며 사과파이를 내온다. 베이커리에서 산 것이 아니라 집에서 손으로 뚝뚝 썰어 만든 통통한 파이. 멋진 데커레이션을 뽐내지 않는 허세 0%의 정직한 사과파이의 맛이었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라뒤레’나 ‘포숑’보다 더 감동적인 사과파이의 맛을 나는 가끔 잊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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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김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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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파이(4인분)
◎ 재료 | 파이 반죽(18cm틀용. 밀가루 박력분 150g, 버터 75g, 달걀노른자 20g, 물 30g, 소금 조금), 사과 1kg, 달걀 2개, 달걀노른자 2개, 설탕 100g, 바닐라액 1ts, 생크림 20cl
◎ 만드는 법 | 1. 파이 반죽을 틀에 펴준 다음 콕콕 찔러 공기구멍을 내준다. 2. 껍질을 벗긴 사과를 슬라이스로 잘라 반죽 위에 평평하게 깔아준다. 3. 사과를 제외한 나머지 재료를 거품기에 넣어 잘 섞어준다. 4. 3을 2 위에 붓는다. 5. 예열한 오븐에 넣고 180도에서 25분 정도 굽는다.
Tip 파이 반죽 | 밀가루와 버터를 반죽한 다음 차가운 곳에 약 1시간 정도 냉장휴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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