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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김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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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화·김부연의 그림이 있는 불란서 키친
한국이 얼마나 살기 편한 곳인지는 외국에 나가 며칠만 살아보면 금방 느낀다. 전화 한통으로 해결되는 배달 음식과 저렴한 택배, 특히 밤과 새벽을 가리지 않고 먹을 것과 놀 곳이 널려 있는 한국이 그리워지는 것은 시간문제다.유럽은 오후 6~7시면 상점 문을 다 닫고, 식당도 너무 늦은 시간에는 한 끼도 얻어먹을 수 없다. 내가 양파수프를 처음 먹은 것은 프랑스에 도착하고 1년 뒤였다. 한국에서 어학원을 함께 다녔던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다가 그만 밤 10시가 넘어 버렸다. 뭔가 허전하고 출출한 느낌이 들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 어떻게 할 수도 없지’라는 생각을 할 때쯤, 친구가 양파수프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이 시간에 주문이 가능한 식당이 어디 있다고? 반문하는 내게 양파수프는 예외란다. 나의 염려와는 달리 그가 데리고 간 곳에서 양파수프를 맛보았다. 그 시간에 파리에서 우리로 치자면 해장국인 셈인 양파수프를 먹을 수 있다니!
양파수프의 유래는 루이 15세의 일화에서 시작한다. 루이 15세는 사냥터에 나갔다가 늦은 시간 거처에 돌아왔는데 음식 재료라고는 달랑 양파, 버터, 샴페인뿐이었단다. 있는 재료를 몽땅 섞어 어찌어찌 만들게 된 것이 양파수프의 역사다.
수프는 오목하고 작은 도기에 담는다. 노릇하게 녹은 치즈가 보글거리며 그릇 표면에 흘러내려 시각적으로도 너무 멋지다. ‘프렌치 어니언 수프’로 많이 알려진 이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포인트는 양파에 있다.
첫째는 당도가 높고 즙이 많은 양파를 고를 것. 위가 뾰족한 것보다는 옆으로 넓적한 양파가 훨씬 맛있다. 둘째는 양파를 카라멜리제(캐러멜 상태로 만드는 것)되도록 잘 볶을 것. 중불에 양파가 투명하게 될 때까지 볶아야 한다. 자칫하면 타버리기에 불을 약하게 할 수도 있지만 약불에서는 카라멜리제가 힘들다. 20여분 양파가 투명하게 될 때까지 볶다가 불의 세기를 올리면 냄비 표면이 갈색으로 변한다. 이때 물을 두어 숟가락 부어 갈색이 된 표면을 닦아 주면 서서히 카라멜리제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6~7회 반복하면 아주 맛있고 향 좋은 볶음 양파가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볶음 양파는 샌드위치나 햄버거 재료로 사용해도 아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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