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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26 11:56 수정 : 2011.05.26 17:02

[3D 입체 마음테라피] 지금은 포기할 때 아닙니다

3D 입체 마음테라피
Q 프리랜서로 일하던 저는 5살 딸이 있는 이혼남과 33살에 결혼했었습니다. 결혼생활은 전쟁터였어요. 바로 생긴 아들 키우기도 벅찬데 남편 사업이 흔들리면서 출산 뒤 바로 일해야만 했죠. 분유값도 없었는데요. 딸은 시가에 보낼 수밖에 없었고 그걸로 싸움 그칠 날이 없었죠. 딸 문제로 다툰 남편은 시가에서 몇달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갈등의 원인인 딸이, 저도 밉고 싫어질 수밖에 없었죠. 저도 엄마에게 받은 상처로 정신상담을 받을 정도였으니 더욱 그 애가 힘들었고, 존재 자체가 고통이었어요.

결국 5년 만에 이혼하고 남편은 딸 데리고 외국으로 떠났고 저는 아들 키우며 버텼습니다. 5년 뒤 남편에게 연락이 왔어요. 아들 안 보곤 못 살겠다고요. 아이 혼자 키우기도 힘들고 다시 시작하는 것도 어떨까 해서 외국으로 나왔죠. 그러나 갈등은 5년 전을 리플레이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사소한 일에도 심하게 화를 내요. 나 때문에 자기 인생을 망쳤다느니, 딸도 엄마 없이 살게 했다고 퍼붓습니다. 견뎌보지만, 어느 순간 욕설에 악다구니에…. 각방을 쓰니 소통할 가장 큰 구실도 없고, 10대인 딸은 내가 어떻게 할 부분도 없고 서먹하죠.

남편은 이제, 아들 놔두고 한국에 돌아가거나 집을 나가라고 합니다. 엄마가 필요한 10살짜리 아들, 데리고 돌아가야 해요. 하지만 저를 도와줄 사람도 없고 남편은 여권까지 숨겼어요.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김선희 임상심리전문가·김선희부부클리닉 대표
김선희 임상심리전문가·김선희부부클리닉 대표
일단 관계악화 막고 현실해법 찾아야 →“전쟁터”라 표현하신 만큼 치열함과 위기감, 수년 동안 구축한 악순환의 고리가 느껴집니다. 아내께서 주관적으로 느끼는 고통 그리고 객관적 부부불화지표 모두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네요. 이혼 뒤 재결합 상태에서 불화가 더 악화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엄마에게 받은 트라우마”로 아내에게는 부부관계의 난관이 다른 사람보다 더 아프게 느껴질 수 있고요. 자녀가 있는 이혼자와의 결혼은, 초혼에 견줘 더욱 섬세한 정서적 배려와 이해, 적극적 상호협력을 요하는 게 사실이죠. 결혼 초반부터 부부간 정서유대·경제·양육 모두에서 불화와 누수현상이 발생했고 가족 구성원들의 생활공간 분리, 거주공간 이탈 등 가족 안정감이 형성되기에 곤란이 있었던 겁니다. 남편의 감정적 행동양상, 정서적 단절, 남편의 위협적 단절선포 및 감정적 협박만 보더라도 부부싸움이 감정 배설과 공격적 상처 내기 장면에 가깝네요. 문제해결이나 감정 정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죠.

우선 현재 아내 앞에 놓인 단기과제는 세 가지입니다. ‘더 이상의 관계악화 막기’(악화일로 차단하기), ‘감정 진정시키기’, 그리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이죠. 이 작업들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관계의 생존 가능 여부를 타진할 수 있고 회복을 꾀할 수 있어요. 고통스러워도 더는 피하지 말고 얽혀 있는 갈등 상황을 교통정리하면서 관계가 왜 이렇게 붕괴로 치닫고 있는지 분석해보는 적극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거기에 맞는 현실적 해법을 추구할 수 있어요. “우리 둘이서 갈등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솔직히 인정하면서 출발해야 하며 부부 모두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뚜렷한 자각 역시 필요하죠. 남편이 회복하려는 동기와 의지가 어느 정도 있는지가 중요해요. 관계 회복은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것이므로, 한쪽 배우자가 회복의 동기가 빈약하다면 관계 회복 자체를 당장 논하기는 어려워집니다. 실제 불화 상황을 토대로, 변화 가능한 부분, 변할 수 없는 부분, 일단 지켜봐야 하는 부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을 변별할 수 있어야 하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순서 또한 차근히 정해야 합니다. 우선 부부문제를 어느 정도 진정시킨 뒤 자녀문제로 시선을 돌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한지영 무용심리치료사·힐링모션 대표
한지영 무용심리치료사·힐링모션 대표
혼자만의 시간·공간 확보 급선무→ 신체 심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10여년 동안 겪은 남편과의 불화, 경제적인 고통, 슬픔 등은 모두 ‘몸의 기억’의 형태로 신체 곳곳에 남겨져 있습니다. 몸에서 생생한 현재가 돼 더욱 힘을 낼 수 없게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죠. 이 때문에 지금 자신을 도울 유일한 지원군 역시 이러한 자신의 몸입니다. 추상적 차원의 치유보다는 ‘몸’에 대한 실질·직접적인 치유와 충전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남편에게도 님에게도 깊게 파이고 곪은 관계를 회복할 에너지나 여유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럴 때는 악화하는 파괴적인 관계를 멈추고, 잠시 떨어져서 외부로부터 응급조치를 받으며 각자 회복과 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달라진 몸과 마음을 통해서만 관계 변화가 가능합니다.

일단은 여행·일 등 남편에게 위협이 안 될 이유를 만들어, 남편과 아이들로부터 물리·심리적으로 분리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세요. 그리고 피폐해진 자신을 돌보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으로 시간을 채워보세요. 예를 들면 베개·인형 등을 앞에 둔 채 남편이라고 생각하고, 가장 하고 싶은 말 한마디를 정해 여러 번 진심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연습하듯 반복해보세요. 충분히 그 감정이 발산되고 표현되도록 말이죠. 필요하다면 발구르기 등의 몸짓도 좋겠습니다.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두고, 두 팔을 감싸 안으면서 자신을 꼭 안아주고 다독여주는 시간을 매일 가져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지금 내 아이에게 하는 희생과 정성의 반의 반의 반만이라도 쏟아서 스스로 진심으로 얘기해주세요. “너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너무 힘들게 해서 미안하고 또 고맙다”고 이야기해주세요. 이제까지의 슬픔과 분노가 누그러지고 그 자리에 남편과의 협상, 힘 있는 결정을 위한 치유와 회복의 과정이 깃들 수 있도록.

시공간을 마련할 여력이 없다면, 같은 이유로 더욱 이기적으로 시간을 챙겨야 합니다. 부모의 병든 마음은 안타깝게도 아이들의 성장에 평생 지속하는 독이 되곤 하니까요.

전용관 연세대 교수(스포츠레저학)·‘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저자
전용관 연세대 교수(스포츠레저학)·‘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저자
우린 모두 불완전…주변 도움 찾아봐요 →내 누님·여동생의 사연이었다면, 어떻게 조언해야 할까 한참 생각했습니다. 남편은 확실히 피해 의식이 많은 것 같아요. 첫 아내와는 왜 헤어졌는지, 혹시 이전 아내에게도 똑같은 피해 의식을 가졌던 건 아닌지, 아니면 그전부터 가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남편도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양육비는커녕 분유값도 책임질 수 없어 아내까지 일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남편은 자존감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을 겁니다. “당신 수고가 많아,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막상 입에서 나오는 말은 원망과 자기비하였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틀림없이, 헤어진 지 5년 만에 아들이 보고 싶다는 이유로 님을 외국으로 부른 것은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문제는 도리어 님께서 엄마로부터 받은 내면의 상처였을 수도 있습니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비정상적인 감정 표출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결국 두 분 다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들입니다. 사연에는 여전히 전남편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지만, 전처의 딸이나 경제 상황 등이 사랑의 열매를 맺는 데 걸림돌이 됐을 수 있어요. 손이 없는 남편과 하반신을 못 쓰는 아내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본 적 있습니다. 행복의 비결을 남편은 “전 아내에게 발이 되어주고, 아내는 저에게 손이 되어준다”고 말합니다.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상대방의 부족함을 채워주려는 데서 찾은 거죠. 신체 장애 말고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가요?

님은 이타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그러니 정말 힘들더라도 우선은 한 번 더 잘해보도록 노력하실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요. 특히 남편의 멘토가 될 만한 사람을 찾아보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염치 불고하고 주변 한인교회의 성직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런 노력을 좀더 한 뒤에도 더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실 때, 아들과 함께 귀국할 방법을 찾는 것도 그리 늦지는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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