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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중독 아버지 닮아가는 남동생 어떻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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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입체 마음테라피]
알코올중독 아버지 닮아가는 남동생 어떻게 하죠?
Q 초등학생 딸을 둔 40대 주부입니다. 제 친정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50년 넘게 술을 드셨고, 알코올 중독자들이 보이는 증상인 심한 언어폭력과 일관성 없는 말과 행동을 보이세요. 또 남의 얘기를 잘 듣지 않고 혼자만의 고집으로 사시는 분입니다. 친정어머니의 고생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돕니다. 자랄 때는 잘 몰랐고 커서는 그냥 잘 덮고 살아왔습니다. 저는 술도 마시지 않아요. 그런데 마흔살이 넘고 자식을 키우다 보니 이제 더는 숨길 수도 없고 저도 모르게 알코올 중독 아버지 밑에서 자란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아 괴롭습니다.문제는 40대인 남동생이 점점 친정아버지의 모습을 닮아 가는 것입니다. 의사소통이 안 되고, 욱하는 성격인데다, 상황 판단력이 낮은 것 같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 평소에도요. 아마도 보고 배운 게 그런 것밖에 없어서 그런가 봅니다. 아이가 있는 전 제 문제를 알고 있고, 개선하려는 의지와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그러나 남동생은 자신의 상태를 모르고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어 보입니다. 전 남동생과 말도 별로 안 합니다. 답답하고 얘기하다 보면 화가 나서요. 평생 고통받아온 제 어머니를 위해, 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사는 동생네 부부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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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영 무용심리치료사·힐링모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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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의 든든한 마음의 집 지을 때→ 누구나 혼돈과 폭력 안에서는 힘이 듭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비교적 자신을 잘 유지하고 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바로 ‘타인과 나 사이에 거리 두기’의 생활화에 정답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사연 주신 분처럼,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일에 대해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며 때론 내 일같이 힘들어하기 마련이지만요.
부모와 형제가 님을 심각한 수준으로 불행하게 하고 나아지는 기색도 없다면 이제는 이전과는 다른 카드를 쓰셔야겠습니다. 그들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일은 바로 그들과 똑같이 망가지거나 무너져 버리지 않고 건강하게 가족의 자리를 지켜주는 겁니다. 이럴 때 미션은 바로 그들로부터 일시적으로 나의 삶을 떼어내고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만큼의 거리 만들기입니다.
이제 자신을 보호하고 든든하게 지켜줄 심리적인 집을 마음속에 한 채 새로 지어야겠습니다. 상상과 심상은 생각보다 힘이 셉니다. 몸은 내가 거주하는 일종의 집입니다. 어떤 이는 자기 몸에 대해서 마치 비닐하우스 같다고 느낍니다. 안에서 밖이 다 보이고, 바깥에서 쉽게 침입할 수 있습니다. 어떤 집에 살고 계신지요? 눈을 감고 자신의 몸을 자기가 머무는 집이라고 상상해봅시다. 집 바깥에서는 아버지가 고집을 부리고 동생은 윽박지르고 있습니다. 이제까지는 그들의 말과 행동이 내 집 벽을 통과해서 나를 괴롭게 하고 공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나의 몸은 벽돌로 지어진 든든하고 견고한 집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님은 그 튼튼한 건물 안쪽에 있습니다.
상상해보실 수 있겠어요? 2층 창문을 열면 바깥에서 그들이 싸우고 화내는 걸 볼 수 있지만, 더는 그들의 행동이나 말이 당신의 몸 안쪽으로 침투해 들어올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피해를 보는 바로 그 현장에서 자신을 즉시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순간에 바로 이러한 집에 관한 상상을 떠올리면서 심리적으로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죠. 몇번의 연습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간단한 상상이 부모와 동생을 마주할 때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지켜줄 것이고, 이전과는 다른 태도로 문제를 바라보고 대응할 수 있게 해줄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전용관 연세대 교수(스포츠레저학)·‘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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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관 연세대 교수(스포츠레저학)·‘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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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쉽지 않은 제안을 드리겠습니다. 아버지를 용서하십시오.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십시오.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이는 아버지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일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모든 학대와 저주가 자녀와 주위 사람에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님은 남동생의 모습에서 아버지를 떠올리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괴로워하며 동생과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아버지를 용서하십시오. 그렇게 될 때에 진심으로 동생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사연 속에서 님이 자기방어가 매우 심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나는 괜찮고, 동생은 아버지의 모든 잘못된 점을 물려받았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는 다 잘못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십시오. 그러나 잊지 마십시오. 비록 님께서 어려서 아버지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해서 님이 사랑스럽지 않은 존재라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충분히 사랑스럽습니다.
스스로 사랑하고, 또 그 사랑으로 동생 내외와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남편과 자녀를 사랑하기를 응원합니다. 그다음에 동생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 따라서, 너의 문제를 내가 해결해 주겠다”라는 태도는 가장 부적절한 사고가 아닐까요.
김선희 임상심리전문가·김선희부부클리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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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임상심리전문가·김선희부부클리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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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 부모를 둔 자녀는 전쟁과 같은 불안과 혼란감 속에 놓일 뿐 아니라 행동조절의 건강한 모델을 경험하지 못하고 성장하게 됩니다. 게다가 부모가 폭력성까지 보인다면, 자녀가 입는 심적 상처는 정말 심각해집니다. 알코올 중독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면서 경험한 각종 누적 갈등과 상처의 여파가 자신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와 괴로우신 것 같아요. 알코올 중독 아버지와 관련된 수년 동안의 감정적 어려움은 그야말로 세월 속에서 켜켜이 쌓인 ‘누적 트라우마’(Cumulative Trauma)입니다. 그 여파는 무척 힘겨워 각종 심리적 부적응감과 통증을 느끼실 수 있어요. 힘드시더라도 님의 심리적 부적응감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어머니 또한 몇십년을 알코올 중독 남편과 생활하셨기에 심리적으로 피폐해져 있으실 거예요. 두 분 모두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혼자 다 떠안으려 하지 마세요. 남동생의 경우, 님의 말씀대로 개선의 의지가 없다면 치유는 쉽지 않습니다. 남동생 부부가 처한 난관이 무엇인지 우선 올케와 대화해 보세요. 이어서 남동생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시도하되, 남동생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어주세요. 그걸로 일단 충분합니다.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거나 지시하지 마시고요. 남동생 자신이 변화해야겠다는 필요성을 스스로 느끼기 시작해야 합니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가족문제는 결코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점진적 완화와 치유를 위한 발걸음, 멈추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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